JP에게 무궁화훈장을 추서한다고?
JP에게 무궁화훈장을 추서한다고?
  • 전주일보
  • 승인 2018.06.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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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지난 23일, 이 나라 정치사에 숱한 일화를 남긴 김종필 씨가 떠났다. 처삼촌 박정희를 앞세워 한강 다리를 건너와 민주당 장면 정권을 무너뜨린 1961년 5월 16일 이후 만 698개월 8일째 되던 날에 죄 많은 삶을 끝냈다. 수구 언론에서는 시대의 어른이니 하는 거창한 영광을 씌우며 그를 대단한 인물로 떠받들고 추억하여 보수의 마음을 다잡아 모으려 안간힘을 한다.

그러나 김종필은 5.16쿠데타의 실질 계획자였고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숱한 사람들을 이념의 울타리에 몰아넣고 죽이거나 죽게 한 장본인이다. 거기다 박정희의 일본을 향한 충성심에 동조하여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억지로 성사시킨 역사의 죄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무궁화훈장을 수여한다는 청와대의 발표는 문재인 정부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쿠데타의 주역으로 박정희를 괴수로 옹립하여 쿠데타에 성공하였지만, 박정희로부터 끝없이 견제와 감시를 당해온 인물로도 유명하다, 반골인 그가 쿠데타를 준비하는 과정에 미국 CIA의 사주가 있었다는 설이 있다. 어쩌면 당시 미국 CIA의 요원으로 육사 8기생을 이끌어 정풍운동을 벌이다가 여의치 않게 되자, 미국의 지원 아래 쿠데타를 감행하였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CIA가 해외에서 벌인 작전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가 5.16쿠데타라는 당시 미국 책임자의 말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김종필은 박정희와 함께 일본을 추종하고 동조한 인물이다. 당시 일본 외무대신이던 오히라와 회담을 앞두고 협의하여 서로 메모를 교환해 남겼다가 노무현 대통령 당시 메모가 공개되어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일도 있다. 한일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걸림돌이 되자 미국에 가서 당시 국무장관이던 러스크(1945년 당시 중령으로 소련과 담판하면서 38도 선을 경계로 남북을 서로 점령하자고 제안했던 사람)와 대화하면서 “독도를 폭파해버리면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러스크는 “그것도 좋은 해결책”이라는 답변을 얻었다는 일화도 있다.

박근혜가 정권이 흔들리는 막판에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고 불가역적 해결로 못 박은 일이나 박정희와 김종필이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마무리 한 일이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일본에 대한 대를 이은 충성’이었고, 김종필 또한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종필은 9선 국회의원으로 최다선이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한일 친선 의원연맹을 만들고 초대회장을 지내는 등 골수 친일인사였다.

원래 김종필과 박정희는 육군 정보부대에서 함께 일하며 가까워진 사이다. 그러다가 박정희의 조카딸 박영옥을 김종필에게 소개해서 결혼하여 조카사위와 처삼촌의 관계가 되었다. 그는 쿠데타에서 박정희를 우두머리로 모셔 대통령까지 만들었지만, 박정희는 김종필을 늘 경계하여 옆에 두고 감시하거나, 외국에 쫒아내 자신의 자리를 넘보지 않도록 했다.

김종필이 한일회담에서 일본에 보여준 태도는 지나칠 만큼 비굴했다.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모두 덮고 독도를 폭파하고 싶다는 말까지 하면서 일본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한일 어업협정도 이승만이 그어놓았던 ‘이승만 라인’을 없애고 독도 넘어까지 일본 어선이 들어올 수 있게 양보했다. 그렇게 하고 겨우 3억 달러를 6년에 걸쳐 나누어 받도록 합의하고 대일청구권을 불살라버렸다.

그러고서 그는 끝까지 당시에 일찍 회담을 마무리해서 돈을 가져와 기업을 만들고 기술을 연마했기 때문에 우리가 잘살게 되었다는 주장을 해왔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중요한 여러 사건에는 반드시 그가 개입했다. 중앙정보부장 시절에 일본 기업에서 6,600만 달러를 받아 공화당을 창당해 박정희의 장기집권 기틀을 놓았고, 박정희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그를 불러 어려움을 해결했으나 끝내 2인자에 머물며 대통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12.12사건 이후 미국에 은둔하다가 1987년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여 13대 대선에 나섰으나 4위에 그쳤다. 1989년에는 3당 합당이라는 정치판 지각변동을 이루어 민주자유당을 창당, 김영삼 대통령을 만들었고, 1995년에는 자유민주연합을 창당, 총선에서 제3당이 되었다. 1997년 다시 DJP 연합이라는 정치쇼를 벌여 김대중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자신은 실세 총리가 되었으나 이견으로 결별하고 2004년에 정계에서 은퇴했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적폐라고 규정하여 청산해야 하는 숱한 일들이 5.16이후 그의 손에서 시작되거나 기초가 만들어졌다. 중앙정보부의 무불간섭이 독재를 가능하게 했고, 해외 차관을 들여올 때마다 기업들과 나눠 먹기 한 불법자금이 정치판을 주무르고 무일푼인 사람이 갑자기 사장으로 들어앉아 재벌이 되는 경제 질서 파괴도 자행됐다. 군대의 부조리가 사회에 만연하게 하고, 오늘의 꼴통 보수들도 민주공화당의 후계자들이다.

이제 그와 함께 그가 만든 나쁜 정치 관행, 이합집산, 야합과 음모, 적폐도 사라져야 한다. 미국에 빌붙고 일본과 유착하여 나라와 민족을 배신하는 행위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호도되지 않는 바른 정치와 전통을 세울 때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 무궁화훈장을 주는 일은 명분이 없다. 수없이 나쁜 짓을 하고 호의호식하며 살았던 그가 훈장을 추서 받는다면 중앙정보부에 희생된 억울한 영령들이 통곡할 것이다. 훈장 추서는 취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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