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일어난 제법 즐거웠던 일들
지난주에 일어난 제법 즐거웠던 일들
  • 전주일보
  • 승인 2018.06.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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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12일에는 성공적인 북미회담이 있었고, 13일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알심이 드러났다. 매 주일마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지방선거의 결과를 생각하고 북미회담의 숨은 의미를 짚어보자.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하고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깨 박살이 났다. 가짜 보수가 마침내 주인의 된매에 놀라 혼비백산, 어설프게 무릎을 꿇는 척하며 ‘잘못했다’라는 말을 뱉었다. ‘안보’, ‘빨갱이’, ‘종북’만 외치면 국민의 마음이 구름처럼 모일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나라가 살고 민족이 사는 한반도 평화 노력을 폄훼하고 조롱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아직도 끌어안아 표를 준 대구와 경북은 이 나라의 섬지방이 되었다.

촛불을 든 시민이 분노한 대상은 박근혜와 이명박에 한정하지 않고 그들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놓고 특권과 불법을 누린 집단 전체였다. 프랑스 혁명이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을 타도 대상으로 삼았듯이, 비정상인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내고 그 그늘에서 온갖 횡포와 즐거움을 누려온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연결된 구체제 집단 구성원 모두가 타깃이었다.

꼴통 보수들은 어쩌면 꼭두각시에 불과한 박근혜가 탄핵으로 물러나 감방에 들어간 것으로 모든 잘못을 혼자 다 짊어지고 갔다는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은 그 아래서 단 꿀을 빨며 호위무사로 살면서 민생은 외면한 집단의 잘못을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 박근혜는 인간의 죄를 다 둘러쓰고 십자가에 달렸다는 예수가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잘못조차 깨닫지 못하는, 독재자 손에 천방지축 길러진 버릇 나쁜 철부지일 뿐이다.

홍 아무개는 선거 결과를 두고 “나라를 통째로 넘겨줬다”라고 했다. 마치 ‘내 것이었는데 억울하게 빼앗겼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그의 말에는 그들이 이 나라를 마치 제 것인 듯 인식하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나라의 법을 맘대로 만들기도 했고, 검찰과 법원을 쥐락펴락하며 대법원에만 가면 모든 문제가 저들의 뜻대로 바꿔주는 훌륭한 대법원장을 두었으니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돈을 준 메모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성완종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 고등법원까지는 유죄이다가, 대법에서 모두 무죄로 뒤집혔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판결도 그 집단 인물들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파기 환송되었던 일이 공연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법의 마지막 심판인 대법원판결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다면, 법은 이미 죽은 것이나 진배없다. 그러한 판결에 숱한 생명이 세상을 떠야 했고, 직장을 잃어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헤맸다.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버티는 전 대법원장과 그 일을 사주했을 당시 청와대, 그리고 박근혜는 여전히 재판에 나오지 않고 버티며 지금도 추종하는 자들이 언제든 감방이라도 깨고 구출해줄 것을 기대하는지 모른다. 그런 기대에 대한 대답이 이번 지방선거였다. 주인은 절대 그런 불법과 깔아뭉개기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매질이었다. 아울러 박근혜도 생떼를 쓰기보다는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의 용서를 빌어야 나중에라도 감형 내지는 사면이라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보수는 과거 독재 시대로 돌아가려는 인식이 아니다. 현재에서 훌륭한 가치를 지키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알맞게 적응하려는 생각을 말한다. 변함없는 가치관과 불법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마구잡이 인식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 꼴통’이라고 불러야 할까?

IT시대의 모든 변화는 그냥 쳐다만 봐도 눈부시다. 이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은 이해관계를 앞세운 이합집산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치도 시대에 맞게 쉼 없이 변해야 한다. 이번 지선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 민주당은 나름 포식한 머슴처럼 지금 눈꺼풀이 무겁고 느긋해서 한잠 자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준 힘을 맘껏 휘두르겠다고 벼르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고 한심한 야당을 혼내려는 표가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몰린 것이다. 보수꼴통을 타산지석 삼아 더욱 낮은 자세로 주인의 표정을 살피고 끝없이 변화해야 민주당도 산다.

북미회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높이 치켜세우며 회담에 크게 만족한 듯 보였다. 그러나 정작 둘이 멋진 폼으로 서명한 합의서는 남북회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일을 두고 국내외 언론이 알맹이 없는 회담이었다고 뒷말이 무성하다. 장사꾼 트럼프가 어린 북한의 독재자와 만나 악수한 일이 자랑스러워 만족했을까? 기자들은 뭔가 보이지 않는 합의 내용을 물었지만, 트럼프는 요리조리 대답을 피했다.

회담이 끝나자 즉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한국에 보내서 문 대통령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청와대는 문대통령과 김정은의 친밀도를 이용하느니 하는 말로 에둘렀지만, 남북미 삼국간의 어떤 흥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북미회담의 효과를 싱가포르에서 한 번에 터뜨리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멋진 퍼포먼스를 앞으로도 한두 번 더 벌이면서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G7문제 등 미국내 여론을 끌어올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진행을 늦추고, 한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권하는 모양새다.

아무튼 한반도 평화는 더욱 당겨지고 있다. 안심하고 지켜봐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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