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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 머슴 찾으러 갑시다.월요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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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0  14: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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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어느 네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느라 자전거를 멈추었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교통섬에 멈추었는데, 누군가 머리 위에 볕가리개를 매어 놓았습니다. 덕분에 잠시나마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제법 괜찮은 생각을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신호가 열려 다시 볕에 들어서서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또 교차로를 만났습니다. 거기에도 삼각형의 교통섬 위에 볕 가리개를 매어 놓았습니다.

누가 이런 좋은 일을 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머슴들이 한 일입니다. 큰 머슴인지 작은 머슴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세금으로 부리는 머슴이 한 일인 건 틀림없습니다. 머슴이 주인들이 네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뜨거운 햇볕에 힘들어하지 말라고 차양을 해놓은 것입니다. 머슴이 주인을 생각한 마음이 제법 갸륵합니다. 하찮은 것이라고 웃을 일이 아닙니다. 바로 그렇게 하찮은 데까지 주인을 생각해야 좋은 머슴입니다.

백형!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지 이미 잘 알고 계실 터이지만, 내일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우리 한반도의 장래에 큰 획을 긋는 날이고, 모레는 우리가 4년 동안 새경을 주어가며 부릴 머슴을 고르는 지방선거날입니다. 뭐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글피 14일은 러시아 월드컵 축구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세 가지 관심사에서 모조리 좋은 소식만 들리기 바랍니다만, 세상사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익히 보아왔기에 그저 소망으로 두고 기다려 보렵니다.

그렇지만 그 세 가지 일 가운데, 우리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6.13 지방선거는 반드시 참여하여 가장 적합한 머슴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지난해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이 퍽 현명하다는 걸 알았고,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합니다. 그때 만일, 요즘도 이상한 악담만 퍼부어 당원들조차 꺼리는 인물이나, 이 당, 저 당을 깨부수고 철수하는 인물이 당선되었더라면, 내일의 북미회담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음을 생각합니다. 좀 과하게 말하자면 모골송연(毛骨悚然)할 일이지요.

그때 우리 큰 머슴을 잘 골랐던 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큰 머슴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18대 대선에서 실패하고 난 뒤에 재기하지 못하도록 ‘패권주의’니 몰아가며 그를 욕하고 불신했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19대 대선 초기까지도 그러한 평가가 많았지만, 선거가 진행되면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 오늘에는 국민의 절대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었지요.

최형!

우리는 그때처럼 현명하고 냉정하게 인물들을 살펴서 모레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머슴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네 머슴, 마을 머슴, 고을 머슴, 지역 머슴을 한꺼번에 뽑는 일이니 반드시 우리 손으로 직접 골라야 합니다. 인력 시장에 가서 우리 동네일에 적합한 일꾼을 골라야 품삯을 준만큼 보람을 얻을 것입니다.

머슴을 잘못 골랐다가 낭패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나요? 주인을 우습게보고 되레 상전 노릇을 하는 머슴, 일은 하지 않고 허구한 날 싸대면서 한눈팔고 정치기반 닦기에 몰두하는 가짜머슴, 어디 훔쳐 먹을 것 없나? 하고 껄떡대는 머슴까지 그 꼴을 4년 동안 보지 않으려면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선거공보라는 머슴들의 약속문서가 집집마다 배달되었습니다. 문서마다 잘하겠다는 약속, 뭐 주인을 꽃가마에 태우고 모실 것처럼 찬란한 문구와 꼬드기는 말로 가득합니다. 이거 다 믿을 수 있는지, 그 약속을 차분하게 뜯어보면 대부분 거짓말이고 뜬구름 잡기도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약속을 내놓은 일꾼은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박형!

어떤 이는 다 거기서 거기이고 고만고만한 데다 맘에 드는 머슴이 없으니 투표 안 한다는 말을 합니다. 원래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중언부언하는 게 별로 탐탁하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내가 포기하면 정말 꼴불견 머슴이 나오거든요. 맘에 차지 않아도 그중에 조금이라도 나은 머슴을 찾는 일이 선거랍니다. 여러 주인이 서로 조금이라도 나은 머슴을 찾고 가장 선택을 많이 받은 머슴을 골라내서 일을 시키는 게 민주주의이지요.

일을 비까번쩍하게 잘하는 머슴이면 인성이 좀 나빠도 된다는 주장이 예전에는 통했습니다. 소위 개발독재 시절에 독재자가 국민을 속이는 수단으로 눈앞에 하얀 고봉밥이 보인다고 최면을 걸며 자기네 일당의 실속을 챙기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지금 보면 우리는 그런 속임수에 세뇌되어 배부른 놈은 배가 터지고, 배고픈 사람들은 여전히 허기지는 세상에 삽니다. 비록 작은 머슴을 찾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거짓으로 속이지 않고 겉치레만 하려들지 않은 그런 머슴을 찾아야 합니다.

맘에 들지 않아도 그중 나은 머슴을 찾아내는 모레 선거날에 빠짐없이 투표합시다. 나중에 원망하고 탄식하기보다는 설사 내가 선택한 인물이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표를 주어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에 함께 나서는 버릇이 민주주의를 키웁니다. 우리가 하찮다고 생각하는 한 표가 나라를 바꿀 수 있고 내 자손들에 행복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김형! 투표하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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