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
남북철도
  • 전주일보
  • 승인 2018.06.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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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국을 가로질러 유럽 모스크바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탔거나 타보고 싶은 낭만 여정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기차로 여행하면 꼬박 7일 정도가 소요되는 벅차고 힘든 여정이지만, 지나가는 주요 역만 59개에 이르고 7번이나 시간대가 바뀌는 세계 최장의 기찻길이라는 점에서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당초 동방에 얼지 않는 항구인 부동항(不凍港)을 건설하고 시베리아의 철과 석탄, 목재, 모피 등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건설됐다. 유럽에서 들여온 차관을 이용해 착공 25년만인 1916년에 완성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올해로 100여년째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이르는 9천 334km 거리를 횡단하며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남북간 화해 모드가 조성되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을 수 있는 남북 철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남북 양국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합의하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부산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가는 열차표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22년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조만간 열차를 이용해 유럽까지 가는 여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꿈에 전국민이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부산에서 중국·유럽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북한의 철도는 중국, 러시아와 이어져 있다. 북한에서 운행되고 있는 4개의 국제노선 중 경의선이 연결되면 서울에서 평양·신의주를 거쳐 중국 횡단철도를 타고 중국 베이징까지 운송이 가능해진다. 또 동해선을 북한과 연결하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곧바로 연결돼 유럽을 횡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한국은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종착역이자 시발역이 될 수 있다. 지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스포츠 영웅 손기정 선수의 일화는 이같은 일이 상상이 아님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다. 당시 일본에 있었던 손 선수는 일본에서 부산까지 배로 이동한 후 부산역을 출발해 서울~신의주~하얼빈~모스크바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 바 있다.

남북철도는 휴전 이후 현재까지 70년이 가까이 끊어진 채 사용되지 못한 우리의 아픈 역사다.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2003년과 2004년에 일부 이어지기도 했지만 경의선과 동해선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이후 다시 중단됐다.

이제 남북철도는 단순히 끊어진 철도를 잇는 것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하고 신경협 시대를 여는 발걸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에서 영국·독일까지 횡단열차를 타는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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