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담쟁이
  • 전주일보
  • 승인 2018.06.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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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용이 혀를 낼름거리며 상아탑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
기댈 것이 없는 학도學徒들은
무엇이던지 움켜 쥐야 일어선다고 초록 비늘이 사운 대며 반짝인다

전북대학교 구 정문 옆 기초교양교육원
회색 벽을 감싸고 있는 실핏줄은 맥박이 팔딱팔딱 뛰는 젊음이다

천애 절벽은 다시 내려갈 수 없는 외길
아득한 저 바닥은
더듬어 펼쳐보는 경전經典 같은 것
머리를 동여매고 학문에 빠져있는 동안 젊음은 가는 것이 아니고
등 뒤의 세상까지 환하게 보는 것이라고
회색빛 젊음을 끌어안고 고뇌하는 학도들에게 던지는
용의 푸른 말씀이다

얼마나 더 기어오르면 학문의 끝에 도달할 수 있는지
벽을 타고 오르는 저것은 멀고 먼 면벽 수행의 길
허공에 그물을 던지는
용이여
기필코 승천의 날 오고 말 것이니 용트림으로 솟는 아침 해가 되거라

 

/전북대학교 기초교양교육원 :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소재


담을 타거나 혹은 나무를 휘감고 살아가는 담쟁이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초록빛은 보는 사람의 눈을 시원하게 해 주고, 여름에는 온도를 낮춰주며, 겨울에는 온도를 유지해 주는 효과가 있다. 초록빛이었던 담쟁이가 시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담쟁이는 이산화질소(NO2)와 미세먼지(PM)로 오염된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삶에는 독불장군이 없다. 담쟁이처럼 발밑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서 손에 손잡고 함께 가야 한다. 손에 손잡고 간다면 어디든 못 갈 일 없다. 비바람 불고 눈이 쌓여도 꿈과 이상을 향해 천천히 가자.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된다. 담쟁이 줄기를 씹어보면 단맛이 난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줄기를 달여서 감미료로 썼다고 한다. 벽면을 타고 자라는 담쟁이는 자연 순환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생태면적률’을 높여 건물 외관을 한층 고급스럽게 하고 생물종의 공동 서식 장소인 ‘비오톱Biotope’을 만들어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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