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털고 가야한다
갈등은 털고 가야한다
  • 전주일보
  • 승인 2018.05.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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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 /대표이사

오늘은 좀처럼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지방선거를 짚어보기로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무관심은 한반도 평화가 걸린 북미회담이 모든 관심을 집어삼킨 탓도 있지만, 선거 양상이 대결의 의미를 상실한 데서 관심이 표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당의 독주 속에서 야당이 지리멸렬하여 선거 자체가 일방적 게임으로 결론이 나 있으니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탄핵으로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고 항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마저 비위가 드러나 재판을 받는 데도, 지난 시절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 구성원들은 누구 한 사람도 그동안 부실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잘못을 사과하지 않았다. 당의 이름표만 바꿔 달거나 소수 인원이 새 정당을 창당해 여전히 정치 일선에서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거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면서도 국민 앞에 잘못을 시인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사사건건 새 정부를 헐뜯고,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방해만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막말이 정치를 대신했다. 대통령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야당이 존재감 없이 생떼로 해묵은 정치 수법을 흔들어대고 있으니, 유권자들은 여당 아니고는 붓 깍지를 누를 곳이 없다. 역대 선거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처럼 맥없는 선거도 없지 싶다. 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거라는 예측 속에 우리 전북의 경우를 보면 아주 난처한 사안이 불쑥 고개를 쳐든다.

다름 아닌 송하진 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지선 이후에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과 시민이 입게 된다는 걸 생각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선을 노리는 송하진 후보가 29일 현재 62%의 지지율을 보여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이 유력해 보이고, 재선 마당에 선 김승수 후보도 51.8%의 지지율을 나타내 당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예측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오는 7월에 임기가 시작되는 민선7기에서도 송 지사와 김 시장의 구도가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여타 경쟁 후보들에게 퍽 미안한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다.

송 지사와 김 시장의 갈등은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활용문제에서 첨예하게 드러났다. 갈등의 내용을 더듬어보면, 송 지사가 전주시장 시절에 종합경기장 개발을 구상하여 롯데가 야구장과 축구장, 메인스타디움을 이전 개축하는 조건으로 경기장 부지에 첨단 쇼핑몰과 컨벤션 센터를 지어 운영하기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MOU를 체결하였다.

당시 송 시장은 한옥마을 개발로 관광객이 늘지만, 비빔밥이나 먹는 이외에 돈을 쓰거나 즐길만한 시설이 없다는데 착안하여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지금 부여에 신개념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백제고도 부여를 찾는 사람보다 쇼핑을 위해 더 많은 전주, 군산, 익산 시민들이 찾아가듯, 많은 사람을 불러들여 손익계산으로 실질적인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송하진 전주시장이 도지사에 당선돼 전주시를 떠나고 김승수 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임하면서 종합경기장 문제가 재검토 되었고, 김 시장은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종합경기장부지에 쇼핑센터를 건립하는 계획을 백지화하고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에 휴식 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대형 쇼핑몰을 반대하는 상인들의 반대가 있었고, 지역자본의 역외유출이 우려된다는 시각에서 쇼핑몰 구상을 백지화한 것이다.

김 시장의 도심공원 구상은 정부예산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업이어서 전주시의 예산으로 사업비를 마련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는데도 이를 강행하려하자 전북도가 사업 추진을 막았다. 송 지사입장에서 재임시절에 MOU까지 체결해놓은 사업을 백지화하여 도심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바로 인근에 거대한 면적의 덕진 공원이 있으므로 자금이 있으면 덕진공원에 투입하는 것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결국 종합경기장 문제는 그대로 주저앉아 4년을 보냈다. 알토란같은 전주 중심지에 허름한 운동장만 먼지를 풀썩이고 있는 현실이다. 다시 생각하면 이 일은 전북도민과 전주시민이 손해 보는 일이다. 멀쩡한 부지에 오래된 운동장 시설이 덩그러니 남아 전주시의 이미지만 흐려놓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떤 이는 "이번 선거에서 둘중 한사람은 낙선돼야 전북과 전주가 발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두사람의 갈등은 알려진 비밀이다. 따라서 무엇을 하든 지사와 시장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지를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몇몇 시민의 편파적이거나 이해가 수반된 견해가 아닌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치밀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종합해보아서 가장 건설적인 방안을 도민과 시민의 이름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송하진 도지사 후보와 김승수 전주시장 후보는 6.13. 지방선거 이전에 겉으로 화해가 아닌 진심에서 그동안의 잘못을 서로 용서하기 바란다. 아울러 이제까지의 갈등을 푸는 의미에서 종합경기장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방침을 합의하여 공동의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제안한다.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화하기 어렵다면 사업추진을 위임할 기구라도 구성하는데 합의한 다음에 공동공약으로 제시한다면 도민들이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도지사와의 불협화음으로 정부예산 획득이나 보조금 사업이 줄어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본다. 화해처럼 아름다운 만남은 없다. 남과북도 필요해서 만나고 그러다가 화해하고 믿음이 생겨 어려울 때, 서로 찾는 사이가 된 것을 보며 겨레가 흐뭇해하듯, 지사와 시장 사이에 훈풍이 불면 도민이 흐뭇하고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두 후보가 진심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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