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소주병
뚜껑 열린 소주병
  • 전주일보
  • 승인 2018.05.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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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공원 벤치에서 귀때기가 새파란 소주병 셋이서
병나발을 불고 있다
한 놈은 벌써 취했는지 등짐을 지고 코를 골고
한 놈은 아까부터 오징어 발을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
고개를 처박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또 한 놈이
세상을 다 살아본 것 처럼 말한다
-다 그렇게 살다가는 것 아니겠어 그 놈이나 우리 나
허름한 입성을 한 늙은이가
-그 쇠주 한 잔만 주쇼
때 절은 종이컵을 내민다
오징어를 씹던 놈이 눈깔에 시퍼렇게 불을 커더니
-이 새끼야 너는 뭐여
씹던 오징어를 뱉듯이 다짜고짜 한 마디를 탁 뱉는다
갑자기 개새끼가 된 늙은이가
꼬리를 내리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보고있던 내 뚜껑이 열렸다

 

 

/덕진공원 :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소재

 

 

화가 나면 ‘뚜껑이 열린다’고 한다. 스트레스 받고 열 받을 때 비속어인 뚜껑 열린다는 소리를 하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치 브라운관이 열을 받으면 TV가 폭발하고 자동차 에어컨을 너무 틀면 과열로 불이 나는 것과 같다. ‘그러느니~’ 하며 지나가면 될 일도 작은 오해로 열이 받치고 열이 뻗으면 뚜껑이 열린다. 뒤끝은 항상 후회스럽고 찝찝하다는 것을 알면서 화난 순간을 참지 못한다. 화를 예방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언어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너 때문에 화가나’ 또는 ‘당신 때문에 짜증나’가 아니라 ‘너 때문에 화난 것이 아니었어. 당신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어, 미안해. 실은 이런 생각이었거든!’ 이라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공개 하면 관계도 좋아지고 끈끈한 연대 감정이 생길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심호흡을 하던지 냉수 한 사발을 마셔라. 그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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