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와 '월클'
텀블러와 '월클'
  • 전주일보
  • 승인 2018.05.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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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커피 전문점에서 텀블러(Tumbler)를 하나 샀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신데다 커피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 이왕 매일 마실꺼 일회용컵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3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텀블러를 구입했다.

이후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을 들러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담아 출근한다. 그랬더니 300원씩 할인해주고 덤으로 커피 양까지 넉넉하게 채워준다.

마치 내가 스타일 좋은 뉴요커같다는 착각도 든다. 고등학생인 아들은 텀블러를 들고 출근하는 아빠를 보고 "월클인척 행동한다"고 살살 비꼰다. 아들도 평소 텀블러를 사용하는데, 테이크아웃잔에 담긴 커피만 마셨던 아빠가 쓴다니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나 보다.

'월클'을 찾아봤더니 월드클래스(world class·세계등급)의 줄임말이다. 월클은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이는 말인데, 월클인척은 별거 없는 사람이 자신이 최고인것 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것을 비꼬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월클인척이 아닌데. 멋이 아닌 환경문제를 나부터 실천해보려는 것인데. 웃음이 나온다. 텀블러 사용이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더 자주 사용해 보려고 노력하려 한다.

텀블러는우리말로 '통컵'으로 불린다. 텀블러의 어원은 '굴러가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의 텀블(Tumble)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 텀블러는 손잡이가 없는 보온 머그잔을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유리잔까지 포함한다.


다음달부터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음료 가격을 할인(100~300원)받을 수 있다.

환경부가 커피 전문점들의 일회용컵 남용이 도마위에 오르자 '재활용 폐기물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20개 업체와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은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영업상 손해를 본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연간 230억개의 종이컵을 사용하는 우리나라도 전 세계 숲이 점점 줄어드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230억개 종이컵은 한 사람이 2개의 종이컵을 1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하는 양이다.

커피 한잔을 위해 사용되는 종이컵으로 인해 연간 12만t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고, 이 쓰레기가 완전히 썩기까지는 20년 이상 걸린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것이다.

우리는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종이컵 보증금제도를 부활시키고 텀블러나 머그잔을 활용하면 쉽게 해결된다. 또 종이나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이나 장바구니 사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일회용컵을 쓰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의 의식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 일회용품 줄이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이젠 모두의 의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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