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달라져야 지방이 산다
국회가 달라져야 지방이 산다
  • 전주일보
  • 승인 2018.05.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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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 / 대표이사

오늘은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하는 날이다. 오는 31일부터 그동안 출근길에 머리를 조아리던 후보들이 유세차량을 동원하여 표를 달라고 시끄럽게 하는 선거운동이 시작될 것이다. 저마다 내가 제일 적임이라고 맡겨만 주신다면 세상을 뒤집기라도 할 듯이 큰소리를 치는가 하면 눈물작전으로 동정표를 호소하는 천태만상의 선거운동이 벌어질 것이다.

후보자들에게는 남은 20일이 짧고 절체절명의 시간이지만, 그들이 애원하는 표를 가진 유권자들은 도대체 관심 밖이다. 유권자들은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군의원, 비례대표 도의원, 비례대표 시의원, 교육감 선거까지 모두 7장의 투표용지에 기표를 해야 하는데, 지난 선거를 돌아보면 후보자 이름도 모른 채 투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7장의 투표용지 가운데 누군가 한 사람에게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장에 갔으나 나머지 후보들은 정당이나 지명도에 따라 적당히 기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선거공보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선택할 후보를 찾는가 하면, 대개는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남들이 좋다는 사람이나 정당에 표를 준다. 도대체 투표지 일곱 장에 투표하는 일 자체가 귀찮아서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누가 되면 뭐하냐?” “혹시나 하고 보면 역시나”라며 “바꿔 봐도 뒤집어 봐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더라.”라는 국민의 시각과 선거가 닥치면 그때서야 후보자 공천을 생각하는 정당이니 선거가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이러한 국민의식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랐던 일이 아닌가 싶다. 국민이 따져가며 관심을 집중하면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인데 이처럼 무관심이니 멋대로 정치를 하게 된다. 물론 이런 풍조를 만든 원천세력은 따로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 국민은 그저 ‘시키는 대로 하고 때리는 대로 맞고 주는 대로 먹는’ 졸병처럼 만만한 세력으로 길들였기 때문이다. 말을 안 들으면 빨간 칠을 해서 가두거나 죽이는 권력의 횡포 앞에 국민은 무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길들어진 우리 정치는 유권자와 정치권이 제각각 따로국밥이 되어 각각 논다. 국민이 어렵건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든 정치권에선 관심이 없다. 오로지 권력을 잡아 끼리끼리 잘 먹고 잘사는 길만 찾는다. 특히 지역별로 선호하는 정당이 따로 있어서 다른 정당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선거풍토가 전통처럼 박혔다. 이 때문에 선거철이면 지역 정서를 조금 건드리는 것으로 제1당을 유지할 수 있었다.

촛불 혁명으로 국민의 정치시각이 크게 달라지긴 했어도 아직 정치권의 생각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국민을 대표하여 나라의 법을 만들고 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촛불이 뜨거웠던 시기에는 그 불에 타죽을까 겁내서 죄 많은 정당에서 탈당하고 자신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대통령을 탄핵하며 살길을 찾던 자들이 다시 본래 정당으로 돌아가 또 다른 헛소리를 나불댄다.

엊그제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여야가 합심하여 동료의원을 감쌌다. 뿐만 아니라 수천 건의 법안을 쌓아두고 심의도 하지 않고 있다가 때가 되면 자동 폐기시키는 그들이다. 몇 달씩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고도 매달 1천만 원 남짓 세비는 널름널름 잘도 받아먹는다. 자기들끼리 나라의 모든 걸 손에 틀어쥐고 나라가 어찌 되든 나만 좋으면 되는 사람들이 만든 선거법에 지방선거인들 온전할 까닭이 없다. 나름 영향력을 발휘하여 지방 공천에도 힘을 과시한다. 그래서 다음 총선에 지방 선출직들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6.13. 지방선거다. 특히 우리 전북은 지역 정서가 특정 정당에 기울어 있었다. 한때는 막대기만 꽂아놔도 당선이라는 웃지 못 할 말이 나올 만큼 정당편중이 심했다. 이런 전통 때문에 타 정당 후보로는 웬만한 사람은 나설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라는 민주당 갈래 정당이 나와서 전북인들은 모처럼 선택 투표를 할 수 있었고, 멋진 국회 균형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이상한 인물이 끼어있어서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치 장난을 치다가 결국 본색을 드러내고 보수 정당으로 돌아갔다. 전북인들은 허망하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런 배신을 경험한 후에 이번에는 지방선거가 닥쳤다. 사실 지방선거는 지방정부와 의회의원을 뽑는 선거여서 정당이 개입할 필요가 없는 선거임에도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에서 지방공직자 선거에도 정당공천을 제도화했다. 시의원이나 군의원 도의원에게 정당이 왜 필요한 것인지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정당이 있음으로써 도지사나 시장군수와 짝짜꿍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결국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을 국회의원 선거에 활용하기 위하여 공천 제도를 만들고 공천심사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의 입김을 강력하게 작용하는 지방선거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지방선거법을 개정하자는 개정안도 여러 차례 국회에 발의되었고, 지금도 여러 법률안이 계류되어 있으나 의원들은 개정하고 싶은 뜻이 없는 게 분명하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제도도 변하고 있으나 국회만 여전하다. 국회의원의 욕심은 더 커졌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걸 이번 체포 동의안 처리에서 다시 확인했다. 달리 보면 여당 국회의원들이 ‘막말 자한당’ 홍준표 대표를 은근히 부추기는 까닭이 바로 그럭저럭 세월 보내는데 그만한 핑계감이 없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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