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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중․일 4개국 협력을 통한 팍스 아시아나(Pax Asiana)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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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5  1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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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한국무역협회장 전북지역본부장

소련과는 아직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던 1989년 6월에 회사일로 모스크바 출장을 가게 되었다.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88 서울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동․서간 긴장완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멀고도 먼 '악의 축'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를 직접 가본다는 것은 러시아어를 전공한 나에게는 꿈처럼 너무나도 설레는 일이었다.

직항로가 없던 때라 모스크바행 여정은 상당한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되었다.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2시간을 대기하고 앵커리지 기착 후에 (북극 항로를 통해서) 도착한 파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튿날이 되어서야 다다른 최종 목적지 모스크바까지는 23시간이 걸리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동경했던 곳으로의 너무나도 황홀했던 첫 해외출장의 기억을 뒤로하고 이후로 업무로 개인여행으로 어림잡아서 32개국 정도를 돌아다녔으니 나름 해외경험이 상당한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을 통해서 배운 지식과 경험은 실로 대단했고 무엇보다도 생각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가장 소중하다. 교과서적이고 단편적인 지식의 한계를 넘을 수 있으니 그것이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재산이 되었다.

이후로 틈만 나면 새로운 것을 찾아 세계 각지를 기웃거렸다. 특히 회사 연수프로그램으로 2년간의 대학원 재학 시 친구와 떠났던 일주일간의 일본 기차여행은 일본에 대한 지극히 편향되고 부정적이었던 시각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어디를 가도 정갈하고 차분하게 정리된 빈틈없는 모양새와 일처리, 반듯하기만 한 일본인들의 행동거지는 식민지 시절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만 교육받았던 나에게는 실로 상상 이상의 충격이었다. 일본 여행의 감흥을 간직하고 공부하기 위해 그 동안 가끔씩 들여다 보던 일본어 책을 다시 펴고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의 일이었다.

작년 6월 중국 운남성 곤명을 방문했을 때이다. 곤명에서 북쪽으로 6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차마고도의 시작점인 리장(丽江)을 찾아볼 시간이 있었는데, 중국 명나라 시대의 고적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정갈한 시내 모습을 보고 유흥가 분위기의 왁자지껄한 전주 한옥마을과 대비되는 고풍스런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10여 차례 중국 방문 때마다 늘 통역의 도움만 받아야 했던 점이 부끄럽고, 한편 중국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알고 싶은 마음이 커져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이 작년 7월부터이다.

그렇고 보니 전공인 러시아어와 중학교부터 배운 영어, 우연하게 시작한 일본어와 중국어 등 우리 주변 4강국의 언어를 배우게 되는 셈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금언이 아니라도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너무나도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이고 특히 요즘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천동지할 지정학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들 4개국어를 익힌다는 것은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인생이모작을 위한 준비로써 요긴하리라 생각하면 너무나 속물적인 것일까?

그 동안 한중일 3국은 너무나도 비슷한 언어와 문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긴장과 갈등의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화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고 이점이 특히나 안타까웠다. 유럽에 가볼 때마다 하나의 경제권을 넘어서서 하나의 정치권으로 통합하려고 하는 그들을 보면서 한 때 세계를 주도했던 동양의 지혜와 깨달음, 세계를 주도했던 고대 동양문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한 허탈함을 가져야 했다.

실질적이고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관련국들과의 협상에서 북한의 공공연한 일본 패싱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 동안 북핵 문제에 대한 일본의 대북 초강경 입장에 대한 북한의 일종의 보복성 조치인 것으로 보이지만 종국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이후 경제교류 등의 측면에서 일본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일본의 참여와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한중일 3국이 이른 시간내에 지혜를 모아서 화합하고 북한도 참여한다면 동북아시아-태평양 시대의 4개국간 협력 발전의 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1993년 10월 서울시가 제안한 베세토(BESETO) 협력사업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실천적인 사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베세토(BESETO)는 베이징(BE), 서울(SE), 도쿄(TO)의 영문 머릿 글을 연결한 것으로 동아시아 3개국 수도간의 민간 교류와 협력을 시작하자는 것으로 93년에 제안된 이후 95년 3월 합의각서가 체결되었으나 이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등으로 인한 갈등으로 진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으나 이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때가 되었다.

남북중일 4개국이 그 동안 오랜 시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투며 불화를 겪었지만 그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길에 이제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고 우리 한반도가 대륙으로 힘차게 웅비할 그 날 그리 멀지 않았다. 팍스 아시아나(Pax Asiana)는 한반도에서 출발한다.

김영준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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