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없는 스승의 날
스승 없는 스승의 날
  • 전주일보
  • 승인 2018.05.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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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승의 날’이고 ‘세계 가정의 날’이다. 스승이라는 명칭은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사전에 적혀있다. 또 그런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 풀이도 있다. 이를 해석하여 교사, 사범, 사부, 선생 등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난날 학문을 배우기 위해 고명한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오랜 동안 학문과 인격을 도야하던 시절에 스승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스승은 제자에게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인품과 행동을 보여 수범이 되었고, 제자의 학문 성취를 위해 스승은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고매한 인품과 드높은 학문을 전수받은 제자에게 스승은 하늘보다 높은 존재였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스승의 뒤를 따라가더라도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 스승이라는 이름이 오늘까지 이어와 각급 학교 교사들도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놀림 대상이 되거나 학부모의 위세에 휘둘리기도 하는 등 스승은커녕 가르치는 교사로조차 대접받지 못한다. 단순히 배운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주는 ‘지식장사’로 인식하여 학생들이 수업 중에 교사를 성희롱하는 경우도 있고, 폭행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훈육하는 교사를 나무라거나 폭행하며 한낱 월급쟁이로 취급한다.

실제 도내에서 지난 5년간 573건의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여 한해 평균 110건 이상 교사들이 어려움을 당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교사들은 날로 추락하는 교권에 개탄하며 ‘스승의 날’이라는 이름이 불편하다며 차라리 이름뿐인 스승의 날을 없애달라고 청원했다고 한다. 물질 만능의 시대에 돈과 권력이 최상의 가치를 자랑하는 가운데 스승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워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교권 침해와 관련하여 처벌규정을 만들고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학부모의 교사 폭행이나 성희롱 등 범죄는 별도의 양형을 높여 설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러한 처벌이 약해서 교사에게 폭언 폭행을 하고 희롱을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런 사회풍조는 오랜 군사독재문화에서 비롯된 사회인식의 문제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면 어른이 되고, 권력에 빌붙어 작은 권력을 얻으면 그것을 절대 권력처럼 휘두르는 승자독식의 문화가 사회전반을 병들인 결과가 오늘의 병폐를 만들었다. 이 한심한 사회적 병폐를 고치지 않고는 우리사회에 도덕질서는 회복할 수 없다.

학교교육은 지식을 주입하여 달달 외우게 하다가 다 잊어버리는 교육이 아닌, 토론과 협력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고 살아 실천하는 교육으로 변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개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각자의 창의력을 끌어내는 교육과정을 통하여 교사의 능력과 권위가 살아나야 한다. 책에 다 나오는 지식을 나열하는 교육에서 교사는 존경받을 수도, 가르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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