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 전주일보
  • 승인 2018.05.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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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복사기를 돌리고 제책을 하는 것은

여기서는 다 님의 뜻이라고

이정규사장도

씨불알 같은 성훈이 총각도

할렐루야!

잊었던 천국을 불러낸다

농담들이 입에서 입으로 날아다녀도

다 용서가 되는 호남복사인쇄소

한 여름 고뿔도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여기는

은혜가 있으므로

살아가는 일은 복이다

유리창 밖에서 자동차 경적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밤 10시

일곱 평 인쇄소가 치열했던 셔터를 내린다

 

/호남복사인쇄소 :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전북대 구 정문 앞 소재

 

1일을 뜻하는 하루는 오전→ 오정→ 오후→ 자정 또는 새벽→ 아침→ 낮→ 저녁→ 밤으로 변한다. 순우리말인 하루는 절대 '1루'라 쓸 수 없다. 날짜를 나타내는 고유어 앞에는 숫자를 붙여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틀, 사흘, 나흘, 닷새 … 등을 2틀, 3흘, 4흘, 5새… 등으로 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일생에서는 거의 변하지 않지만, 우주에서는 대략 10만년 마다 하루의 길이가 1초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달이나 화성이나 목성 등 다른 천체들과의 중력 기조력 때문에 발생한다. 또한 행성마다 하루의 길이가 다르다. 금성의 하루는 225일 정도다. 인간사를 건너면서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수고했어'라는 말보다 상대방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정성스레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하루를 살면서 피로에 지친 사람에 대한 충분한 위로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기적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지겨움이 될 수 있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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