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세상, 앙버티는 트레바리
변하는 세상, 앙버티는 트레바리
  • 전주일보
  • 승인 2018.05.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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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오늘부터 한낮에는 여름 날씨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지난 몇 해 동안 5월 초엽에 시작되던 여름이 올해는 조금 늦게 오는 듯하다. 당분간 한낮에는 25~29도까지 더울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서 무더위를 느끼지는 않겠다는 일기예보다. 믿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일기예보라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어서 예측대로 진행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기상만 아니라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는 가운데 이어진다. 변하지 않으면 적응할 수 없고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며칠 전에 TV에서 동물의 진화와 적응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맨땅 위를 기어서 이동하는 물고기 떼가 있는가 하면, 손톱만큼 작은 카멜레온이 등장했다. 메기처럼 생긴 물고기들이 먹이를 찾아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몸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진한 점액질을 분비하고, 아가미 뒤에 별도의 호흡기가 만들어져 맨땅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또 손톱만 한 카멜레온은 먹이가 부족한 곳에서 조금만 먹고 살 수 있게 몸집을 줄이는 진화를 한 것이라고 한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자연의 생리이다. 환경을 무시하고 난 이대로 살겠다고 버티다가는 멸종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변하지 않고 깡다구로 버틸 듯하던 북한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시도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기로 작정한 듯 모든 것을 버리거나 새롭게 하려고 한다. 수십 년 공을 들여 원자폭탄인지 수소폭탄인지 핵무기를 만들었고 미사일 기술을 확보했지만, 그동안 주민 생활은 달라지지 않아 대부분 40년 전 수준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핵무력 완성을 자랑하고 핵보유국이 되었더니 세계가 알아주기는커녕 모두가 합심하여 제재를 가하는 바람에 살림살이는 더욱 어렵다.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든 핵무기와 미사일은 주민들에게 보리쌀 한 됫박만큼의 가치도 없다. 이걸 들고 끝까지 ‘깽판’을 놓다가는 미국의 강력한 공격에 살아남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속내는 그들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상대해주지도 않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뭔가 대화꺼리를 만드는데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냥은 상대조차 해주지 않으니 사고를 칠 수 있는 골치덩이를 만들어 갖고 그걸 빌미삼아 나라로 인정받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서보려는 의도가 마침내 결실을 보는 단계인 듯하다.

앞으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고 미국과 북한이 수교를 하게 되면,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도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사실상 우리 주권이 미치지 않는 땅이었으니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제 실질적으로 완전한 개별 국가가 되는 셈이다. 하긴 당장에 통일을 하자해도 우리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두 나라로 가는 수밖에 없다.

6월 12일 북미회담을 앞두고 이달 22일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있고, 23~25일에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벽하게 파괴하는 일을 세계에 공개한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미국은 당장 현재 완성된 핵무기를 외국으로 반출하여 우선 비핵화의 실증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그 다음에 우라늄이나 플로토늄 재처리 시설을 폐쇄하는 수순을 밟으라는 요구다. 지난날 같으면 펄쩍 뛰면서 대화고 뭐고 집어치웠을 터이지만, 북한은 그러한 요구와 미국의 성의있는 지원을 교환하는 방법 등을 회담에서 확정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엄청난 변화다. 이 변화가 원래 계획된 것은 아니었을 터이다. 핵무기를 완성하면서 김정은이 완전하게 권력을 장악했다는 자신감이 생긴데서 서구사회에서 생활해본 김정은이 이대로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미 주민들에게 더는 감출 수 없는 형편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젊은 김정은이 간파하고 이참에 확실하게 북한을 바꾸자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북한이 신속하게 비핵화조치를 이행한다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라고 말한 것은 바로 북한의 이러한 입장을 간파하고 제안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실제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유도에 호응한다면 김정은의 꿈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북한의 개방과 남북협력은 한반도의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적응이며 진화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가운데서 아직도 변하지 않는 트레바리 집단이 있다. 판문점 선언을 폄하하고 북미회담 조차도 비난하는 자한당 홍 대표와 그의 추종세력, 김문수와 조원진 애국당 홀로 당수 등이다. 그들은 아직도 남북대결 프레임으로 정권을 잡을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연일 헛소리를 잠꼬대처럼 뱉어내고 있다. 헛소리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고 선거에서 처절하게 패배하고 나면 보수는 궤멸할 수밖에 없다. 변화를 거부하고 앙버티는 건 자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방선거 후에는 자한당이 국회에서 숫자로 깽판 치는 일도 명분을 잃어 씨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변해야 보수의 명맥이라도 유지한다. 대안을 가진 반대, 국민이 납득하는 반대를 할 줄 아는 야당이 필요하다. 다급한 민생을 해결하는데 힘을 보태는 정당, 4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보수가 아니라 시대의 가치를 지키는 보수로 거듭나기를 권한다.

‘트레바리’는 이유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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