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을 앞두고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다. 한국전쟁 때를 제외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뉴스가 요즘처럼 쏟아진 적이 없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 다렌을 방문해 시진핑과 40일 만에 다시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갔다는 소식에 이어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0일 만에 다시 북한을 방문했다. 양쪽 다 40일 만에 다시 만났다는 건 지금 한반도의 문제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국가의 정상이 다시 얼굴을 대하고 앉아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확인하고 다짐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일이 매듭지을 단계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안건이 대단히 중요하고 빠르게 진행되기에 이런 만남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정은이 중국에 간일은 북미회담에서 핵 문제를 확고하게 매듭지을 결정과 함께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약속에 중국의 협조와 역할을 다짐받겠다는 움직임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고 제3의 군사 강국인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를 느끼지 않도록 하여 든든한 후원군을 얻자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어제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북한을 방문한 것은 북미회담에 관한 확신을 위해 직접 김정은을 만나 다짐과 실질적인 조치를 준비하는 여부를 확인하려는 뜻이라고 본다. 폼페이오는 방북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회담 장소나 날짜 등 전혀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번 방북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단계적 핵 폐기를 단번에 검증 가능한 폐기로 확정하기 위한 방북일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현재 보유한 핵무기의 폐기는 물론이고 우라늄이나 플로토늄 재처리시설 자체를 없애는 핵 폐기를 설득하여 회담의제를 확정하는 게 폼페이오에게 주어진 임무로 보인다.
평양에 동행중인 미 국무부 관리는 “북핵문제의 단계적 접근은 이미 실패했다. 우리는 새롭고 대담한 접근과 대담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폼페이오의 방북을 발표한 이면에는 이란처럼 어정쩡한 협정은 원하지 않는다. 확실하고 충분한 합의만 회담의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압박하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트럼프의 말이나 폼페이오의 태도로 보아서는 상당부분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조율만 끝나면 회담의제가 확정되고 폼페이오는 억류 미국인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을 것올 보인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 이 일이 성사되면 한반도는 확실한 평화를 얻을 수 있고 남북이 서로 오가며 대륙과 연결하여 공동의 번영을 누릴 수 있다.
트럼프의 말이나 폼페이오가 북한에 가면서 한 말을 종합하면 북미회담은 획기적인 성공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북미회담과 함께 한국과 중국이 합석하여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선언이 한꺼번에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을 해 본다.
어제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여 한중일 정상회의라는 형식으로 외교적 접촉을 하는 이유도 이 같은 진행 상황을 이해하고 협조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기반을 마련했고, 중국과 일본 양국이 평화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남북대화를 전폭적으로 성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3국 정상회의라는 이름으로 일본을 방문한 뜻은 ‘재팬 패싱’이라는 일본 내 여론에 곤혹스러운 아베를 달랠 겸, 한반도 평화에 심기가 불편한 일본이 훼방을 놓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두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3국 정상회의에서 일본은 예상한 대로 공동 선언문의 내용을 두고 ‘완전하고도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내용을 명시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는 소식이다.
자꾸만 북한을 자극해서 한반도의 불안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일본의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고 판문점 선언에 따른 한반도 평화를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으로 발표되었다.
문 대통령은 3국 정상회의가 끝난 후, 아베와 통역만을 대동한 단독회담을 갖고 이어서 확대회담도 가졌다고 한다. 문대통령은 한중일 3국 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지지 특별성명에 동의해준 것에 사의를 표하고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팜문점 선언을 통해 확인된 비핵화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정부의 지지를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한반도가 안정되어 남북이 무기를 버리고 경제적 윈윈을 이루어 발전하면 일본은 외로운 섬나라 신세가 된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사과하는 일을 불명예로 여기는 ‘쪽바리 근성’이 일본을 지배하는 한, 그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언제든 다시 한반도를 제 땅으로 만들기를 염원하는 일본이야말로 가장 경계할 적이다.
어쩌면 이 칼럼이 신문에 인쇄되어 나올 때쯤에는 폼페이와 함께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이 귀국길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질 것 같은 예감이다. 또 북미회담의 장소와 의제, 한국과 중국의 동참 가능성 등이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폼페이오와 김정은이 만나면 엊그제 다렌에서 만난 시진핑을 통해 미국에 전달한 메시지 확인이 끝나 회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제발 바라는 대로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남북이 동반성장하는 멋진 마당이 마련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