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군산경제
당장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군산경제
  • 전주일보
  • 승인 2018.04.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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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대표이사

이번 봄은 예년과 달리 날씨가 널을 뛰듯 기온이 오르내리고 일교차도 퍽 심하다. 뭔가 차분한 맛이 없고 어수선하기도 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당장에 내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우리 미래의 방향타가 설정되는 중대사가 예정되어 있고, 50일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선 등 정치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봄에 우리 전북인들의 가슴은 어지럽기만 한 게 아니라,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전북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던 군산경제가 현대조선의 조업중단에 이어 GM 군산공장의 폐쇄 결정으로 파탄에 이른 가운데, 도민들은 군산공장 재가동을 외치고 호소했다. 지난번 현대조선 조업중단 때에도 도지사를 비롯한 정치인, 개인시위까지 수없이 조업 재개를 외쳤지만, 공염불이 되었듯이 이번에도 군산공장의 재가동은 물 건너간 일이 되었다.

지난 23일 GM 정상화를 위한 노사협상에서 GM은 노조원들이 누리던 다양한 금전적 혜택을 줄여서 회사경영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어제와 오늘 양일간에 조합원 투표를 통해 협상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그 협상안에 군산공장의 재가동 문제는 논의 밖의 일이었다. 다만, 현재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680명 근로자는 부평과 창원 등 타 공장에 배치하거나 추가로 희망퇴직을 받는 것으로 노사협상의 잠정안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4년간의 무급휴직 처리는 하지 않기로 합의되었다.

이 합의안은 아마도 어제와 오늘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가 저항하면 결국 한국GM이 문을 닫고 철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그동안 성과급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 그동안 누리던 여러 금전적 혜택을 모두 포기하고라도 철수할 명분은 주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조가 합의안을 수용하면 GM이 제시한 향후 운영계획에 따라 한국정부의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GM의 재정계획을 보면 그동안 알 수 없는 회계처리 방식으로 한국GM에 빌려주어 막대한 이자를 가산한 27억 달러(3조원)을 출자전환하고 앞으로 9억달러(1조원)을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산은도 지분율 17.3%에 해당하는 7천억 원을 투자하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이다. 정부는 GM이 앞으로 최소 10년은 한국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중요 경영문제에서 주주거부권을 확보하고 정상화를 위한 자금 투입을 한다는 계획이다.

GM이 정상화되어 현재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680명 근로자 문제는 풀렸다고 하지만, 이는 우리 전북에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들이 가족과 함께 전북을 떠나면 인구만 줄고, 지역 소득도 그만큼 줄어들 뿐이다. 남는 건 텅 빈 공장과 을씨년스러운 산업지역의 풍경일 것이다.

군산의 연이은 경제 손실을 보면서 필자는 퍽 답답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행정과 정치권에 분노마저 느낀다. 현대조선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이미 결정된 일을 되돌리라고 아무리 고함을 치고 발버둥을 해도 실효가 없다. 이미 경제 논리에서 타산을 맞추어야 하는 기업의 결정에 도민이 한꺼번에 나선다 해도 기업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철회 문제에서도 되지 않을 주장만 되풀이하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우선 도민들이 흥분해 있으니 덩달아 흥분한 척하다가 슬그머니 발을 빼는 수법이 이번 GM 군산공장 문제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정부도 우선 흥분을 달래는 제스처만 날리다가 슬그머니 물러서고 있지 않은가?

GM 군산공장 문제는 현대조선 조업중단 때에 이미 예견되어 곧 닥칠 것이라는 걸 대부분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나서서 폐쇄를 전제한 대책을 구상하고 대안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 전에 사전조치를 하지 않고 사후에 살려내라고 생떼를 쓰는 지방정부나 정치인들의 ‘쇼’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빤히 보이는 일을 주민들의 시선이 두려워 항의하는 척, 진즉에 알았으면서 이제야 안 일인 척하는 ‘눈속임 정치’에 도민은 넌덜머리가 난다.

폐쇄가 기정사실인 GM 군산공장 협력업체는 상당수 아예 문을 닫고 떠났고 그동안 타 회사와 연결하거나 제품개발에 주력하는 등 자구책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일감 축소로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긴급수혈자금 1,500억원이 국회에 묶여있어서 고용위기지역 선포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협력사 관계자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은 협력사들도 모두 알고 있다. 그래도 일시적인 심폐소생은 해야하는 협력사들의 사정을 국회가 알아달라"며 조속한 추경안 처리를 호소한다.

전북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말로만 군산걱정을 하지 말고 ‘두루킹’ 생떼로 정지되어버린 국회를 설득하여 추경안이라도 통과시키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다. 지난 6일 국회에 넘겨진 추가경정예산안은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정치공세로 지방선거를 넘어보려는 전략에 군산의 협력업체들은 질식한다.

야당의 이러한 행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고용위기지역의 민심을 한꺼번에 움직이는 방법이라도 써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질식하는 군산지역에 심폐소생을 시행하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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