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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세월월요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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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5  16: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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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 / 편집고문

거리에, 공원에, 산과 들에 온갖 꽃이 한꺼번에 핀 듯 만발했다. 심술부리던 꽃샘추위도 물러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질 듯하다. 세상이 꽃 천지로 변한 이 좋은 계절에 만발한 꽃을 보며 한줄기 슬픔이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저렇게 찬란하게 곱게 피어야 할 꽃봉오리들이 이상한 어른들의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스러져간 그 날의 아픔이 가슴을 저민다.

오늘이 4월 16일, 304 생목숨들이 기울어 침몰하는 세월호의 선실에서 어른들의 나쁜 이기심에 속아 차분하게 기다리다가 수중고혼으로 스러져간 날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 왜 그들은 기울어가는 선실의 아이들에게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게 했을까? 주변에 경비정과 어선들이 달려와 얼마든지 구할 시간이 있었는데, 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하고 선장과 선원들은 도망쳐 나왔을까? 경비정은 왜 구출을 지시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그 까닭을 모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답하지 않고 아직도 원인을 밝히지 않는다. 선장이 재판을 받을 때도 그 이야기는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죽을죄를 지었다는 말로 304 영령들의 희생을 갚을 수 없는데, 선장이나 경비함 함장이나 그저 처벌받거나 징계하는 수준에서 어물어물하고 말았다. 아울러 배가 왜 침몰했는지조차도 명확한 것이 없다. 화물을 만재하고 화물을 묶은 결속선이 끊어져 화물이 쏠리는 바람에 침몰했다는 애매한 규명은 납득할 수 없다.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고 지금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어떤 자는 그 사건을 ‘단순한 교통사고’에 불과하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과 유관한 보수단체들은 국정원과 재계의 지원을 받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진상규명 단식투쟁 현장 앞에서 치킨과 자장면을 시켜 먹고 노래를 부르며 조롱했다. 그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제지조차 하지 않았다.

세월호 조사 특별위원회를 간신히 구성했으나 보수세력의 방해로 특별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했고, 되레 중요한 단서만 잃었다. 정권과 보수 여당은 한사코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덮는 데만 급급했다. 지금 와서 조금 알려진 내용은 그 꽃봉오리들이 차디찬 물속에서 질식하고 있던 순간에 대통령이라는 여자는 침실에서 뭘 했는지 나오지도 않고 보고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후가 돼서 최순실 최고 권력자가 나타나 중대본에 가보라고 지시하자, 그때야 비로소 부스스한 얼굴로 대책본부에 나타났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구명조끼랑 다 입었다면서 구할 수 없어요?”라는 엉뚱한 바보 질문을 했다. 박근혜는 바지 대통령이었고 국정은 최순실이 일일이 간섭하고 지시해서 수행되었던 듯하다. 국방 관계는 김관진이 알아서 하고 소소한 일은 김기춘이 문고리 삼인방의 중간역할 지시를 받아 수행했다.

종합해보면 그때 이 나라에는 정부는 없고 최순실이라는 실세 권력자와 하수인 바지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떡고물을 받아먹는 구시대의 용병들만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이 “나라가 아닌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고, 촛불을 든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물으며 광화문 광장에서 통곡했다. 국민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함부로 표를 주는 게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를 체감한 것이다.

마침내 국가 역주행의 주역이던 이명박과 박근혜가 나란히 구치소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나라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느라 숱한 일들이 동시에 치러지고 있다. 박근혜가 구치소에 들어가던 날 세월호는 뭍으로 나왔다. 어쩌면 차디찬 물속에 있던 원혼들이 그를 구치소로 보내고 물 밖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세월호는 독재 시대를 마감하는 신호탄이 되어 박근혜의 퇴출을 서두르는 촉매가 되었다. 박정희가 총으로 잡은 권력을 총으로 마감하고 저세상으로 가더니, 귀태의 딸 박근혜는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정치공작으로 잡은 권력을 감춰둔 실세 때문에 감옥으로 갔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몸보신하려던 이명박도 그 많은 돈을 끌어모았다가 써보지도 못하고 구치소에서 껄끄러운 밥을 먹고 있다. 이제 이 나라에서 오랜 독재의 흔적은 지워져야 한다. 아직도 그 시절의 막무가내식 악랄한 권력 맛을 잊지 못해 권력의 주변을 서성이던 ‘보수’라는 가짜 명찰을 단 자들도 차츰 사라질 것이다.

국토를 망치고 막대한 국고를 해외자산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낭비한 이명박과 철딱서니 없는 박근혜의 시대는 갔다. 그들은 지은 죄값을 치러야 할 것이고 나라는 남북대화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큰일을 앞에 두고 있다. 나라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이루는 이번 일에도 보수세력은 자꾸만 딴지를 걸고 있다. 어떻게든 이 대화가 틀어지고 평화의 시대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국민이니 나라니 하는 단어는 정치적인 수식에만 쓰인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오직 권력뿐이다.

세월호 침몰 4주년이 되는 오늘, 세월호 선실에서 허망하게 숨져간 꽃봉오리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누구의 아들딸이었고 형제였으며 이웃이었을 뿐 아니라 나라의 큰 자원이었다. 그 아이들을 희생시킨 죄는 어떤 형량으로도 값을 수 없는 중죄다. 이제라도 왜 그들을 구출하지 않았는지 확실히 규명해내야 한다. 아이들의 편안한 저승길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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