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고 질투
봄 그리고 질투
  • 전주일보
  • 승인 2018.04.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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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에 미세먼지, 비바람 속에 피어난 봄꽃이 올해도 어김없이 아름답다. 작은 공원이나 가까운 등산로 어디든 가족, 친구, 연인들의 추억 담기가 한창이다.

자치단체들도 지역 특색을 담은 꽃길을 소개하고 역사, 문화적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른바 '봄단장' 아니 '꽃단장'한 거리거리에 재미있고, 뜻있는 이름을 붙여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사실 꽃이 아니라도 힐링이나 관광을 할 수 있는 매개체는 많겠지만 봄은 다른 계절에 비해 꽃이 더 잘 어울리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꽃이 너무 예쁘면 비가 내린다는 말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봄비가 찾아 왔다. 계절도 그렇다. 추운 겨울을 벗어났는가 싶으면 적어도 한 두 번의 추위가 몰려온다. 꽃을 시샘하는 동장군, 꽃샘추위다.

우리가 보는 꽃은 꽃식물의 생식 기관이다. 식물은 꽃식물과 민꽃식물로 나누어지는데 꽃식물은 꽃이 피는 식물이고, 민꽃식물은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이다. 꽃자루 끝에서 피는 꽃은 당연히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이 있다.

꽃이 지고나면 나무는 기다렸다는 듯 가지마다 초록 잎들을 살금살금 세상에 보낸다. 광합성 등을 통해 영양분을 얻기 위함이지만 여린 잎들의 색감과 느낌은 꽃 이상이 아닐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꽃이 진 뒤에 보이는 초록 잎들이 어쩌면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봄비에 맑아진 공기 마시며 작은 산책로를 걸었다. 떨어진 꽃잎들이 아쉽지만 꽃잎들의 빈자리를 채운 잎들이 반갑다.

하얀 꽃 뒤에도, 노란 꽃 뒤에도, 그리고 빨간 꽃 뒤에도 잎들은 항상 초록이다. 변함없는 색깔도 그렇지만 사진이나 그림으로 표현되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를 보면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꽃보다 아름다운 초록(?)',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번에는 꽃들이 질투 할지 모르겠다. 질투라는 영단어 'jealousy'는 라틴어 'zelosus'에서 파생되었는데, 그 뜻은 '열정과 강한 욕망'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부는 질투가 있어야 세상이 진화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경쟁심 정도의 열정,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하는 마음은 긍정의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자연은 질투 이상의 경계를 넘지 않는다. 꽃이 피면 추적추적 비는 내리지만 봄에 나무를 통째로 흔드는 태풍이 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질투는 오래되고 선을 넘으면 증오가 돼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만든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마다, 후보자들마다 출마 준비에 바쁘다. 전부는 아니지만 후보자들 스스로 '원팀 경쟁'을 제안하기도 한다. 당 경선에서 지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같은 당원으로 승자의 당선을 함께 돕자는 정도로 이해된다.

유권자들도 패자의 질투는 이해하지만 선을 넘는 증오는 용서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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