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첨병으로 앞장서겠다
새 시대의 첨병으로 앞장서겠다
  • 전주일보
  • 승인 2018.04.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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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지난 6일 전 대통령 박근혜의 국정농단 관련 1심 재판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이 선고됐다. 이날의 선고는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능력이 있는지에 관계없이 개발독재 시대의 향수에 젖어 묻지 마 투표를 했던 사람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선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국정은 팽개쳐 두고 관사에 머물면서 뭔가를 탐닉한 여자, 대화를 꺼리고 치사한 인연으로 맺어진 여자에게 국정을 묻던 한심한 대통령을 두었던 불행한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의지표명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이 나라의 역사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세워질 때, 특정세력의 권력세습을 공고하게 하는 주자학을 정치이념으로 삼은 데서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을 종주국으로 모시면서 임금은 상징적인 존재로 두고 몇몇 양반들이 나라를 쥐락펴락했다. 더 참혹한 일은 중국 이외의 다른 세계와 완전히 담을 쌓고 은둔했던 일이다.

주자학은 양반을 살찌게 하고 백성을 피폐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력을 갉아먹어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내주는 불행을 몰고 왔다. 해방이 되었지만, 소련과 미국에 의해 국토가 두 동강나고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와 일본의 앞잡이들이 새 정부를 장악하는 바람에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되레 친일세력에 힘을 더하게 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친일 기회주의자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일이다. 그가 철권통치로 국민을 세뇌하여 영구집권의 꿈을 꾸다가 부하의 총에 죽었지만, 그의 세뇌에 순치된 국민은 결국 그의 딸에게 권력을 주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생각해보면 정도가 다를 뿐이지 북한의 김일성 일가가 아직도 권력을 잡고 국민을 엉터리 이념에 가두고 있는 일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제멋대로 나라를 40년 전으로 되돌리려 했던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나라에는 아직도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라고 받들던 자들의 기회주의적 성향이 남아 지금은 미국을 종주국으로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본과 친해야 한다는 자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지난 세월동안 권력에 빌붙어 재산을 모아 나라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한 자들과 그들을 추앙하는 수하들, 또는 과거의 영광에 목맨 자들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 이래 가장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안으로는 해방 후 70년 넘게 청산하지 못했던 친일세력을 규명하여 잔재를 지우고 있고, 이명박과 박근혜를 따라 무법과 불법을 공공연하게 자행하던 자들이 정리되고 있다. 아직도 그들이 나라의 부를 독점하고 있고 각계요로에 수하들이 있지만, 국민의 눈이 열린 이상 그들이 다시 발호할 수는 없다. 그동안 남성의 힘에 눌려 지내던 여성들이 ‘Me too’를 말하며 평등사회를 지향하기도 했다.

밖으로는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가 목전에 와 있고, 세계의 시선이 한국의 놀라운 국가 정상화를 주시하며 칭송한다.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넘치는 프랑스도 지난 정권의 비리가 연속 드러나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국가적 위신이라는 미명하에 처단을 하지 못하고 꿍꿍 속앓이 중이다. 세계 선진국이라는 상당수 나라가 마찬가지로 근원적인 부패나 비리를 바로잡지 못해 고심한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한꺼번에 사법 처리되는 이런 경우는 어디에도 없지 싶다. 다가올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 아마도 나라의 정치판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아직도 국민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정치권이 화들짝 놀라서 조금은 정신을 차릴 것이고 이제까지의 악다구니 보수 세력도 뭔가 달라졌음을 실감할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가 열려 자리잡아가는 2018년 4월 10일은 전주일보가 창간12주년을 맞는 날이다. 이런 날에 지난 이야기를 꺼내 뒤적거리는 게 적합한지 모르겠으나, 지난 일을 되돌아보아야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되풀이하지 않을 다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뒤를 보고 걸으면 빨리 갈수도, 멀리 갈수도, 똑바로 갈 수도 없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아는 건 앞으로 갈 길을 바르고 곧게 가기 위함이다. 내가 제대로 걸어왔는지를 생각하고 갈 방향을 잡기 위해 돌아볼 뿐이다.

전주일보가 새롭게 창간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곡절을 겪으며 간난신고(艱難辛苦)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본분을 잊지 않았고, 최근 몇 해 동안 전주일보는 ‘할 말을 하는’ 신문으로 굳건한 위치를 확보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갈팡질팡 폭주를 거듭하던 시기인 2016년부터는 날선 비판을 거듭해 독자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도내의 각 신문들이 ‘침묵’하거나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을 때, 본지는 홀로 날카롭게 정부를 비판했다. 표현이 우습지만, ‘전북의 한겨레신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나설 수 있는 건 ‘용기’가 아니라 ‘언론의 책임감’이었다. 다행히도 많은 독자들께서 용기를 주시어 꿋꿋하게 앞을 보고 갈 수 있었고 어둠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지역 여론의 형성에 작으나마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본지는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부족한 인력도 다소 보강했고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신문으로 거듭날 것이다. 아직 이 땅에는 언론이 들춰내서 고쳐야 할 일이 산적해 있고,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널려있다. 전주일보는 그러한 모든 굿은 일을 감당할 준비를 마치고 새 시대의 첨병으로 앞을 헤쳐 나갈 것이다./김규원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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