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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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18.03.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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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은 말 그대로 '막 하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는 '되는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이거나 '뒤에 여유를 두지않고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다.

막말에도 부류가 있다. 감정적 막말과 이성적 막말이다. 

'감정적 막말'은 보통 계산되지 않은 말이다. 화가 많이 났거나 정말 억울할 때 자신도 모르게 쏟아져 나온다. 생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일종의 하소연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주로 서민들이나 약자들에게서 나온다. 막말이 때론 한풀이의 수단이 되곤 하는데, 바로 이 경우가 그렇다. 한바탕 막말을 뱉어내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막말이 되레 '정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성적 막말'은 대단히 계산된 말놀음이다. 목적이 분명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때문에 이 막말은 거칠다기보단 비열하고, 둔탁하기보단 날카롭다. 대단히 극단적인 수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치판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막말의 정치학'이란 용어가 나올 정도면 그 세계에선 꽤 유용한 수단인 게 분명하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지지층 결집이나 열세 반등의 효과가 꽤 있어 정치인들에겐 거부하기 힘든 유혹일만 하다. 특히 내세울 것 없는 정치인들에겐 그렇다.

때문인지 정치판의 막말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외국 정치인들 중 막말의 대표 주자는 트럼프와 두테르테다. 막말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닮아도 너무 닮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후보시절 범죄소탕 관련 발언들은 지금도 회자된다. "범죄자 10만명을 죽여 마닐라만에 물고기밥으로 뿌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후보시절 경쟁자였던 민주당 힐러리에 대한 막말에선 미 대선주자의 품격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남편도 만족하게 하지 못하는 여자가 어떻게 미국은 만족하게 할 수 있겠냐." SNS에 올려진 이 글은 논란이 거세지자 자진 삭제됐다. 트럼프의 저급한 막말 정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를 뜻하는 '트럼피즘(Trumpism)'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요즘 상종가를 누리고 있는 두명의 정치인이 눈에 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장제원 수석대변인이다. '막말 듀엣'으로 통한다. 압권은 경찰의 울산시장 압수수색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논평이다.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았다.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권과 유착해 20세기 권위주의 정권의 서슬퍼런 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장 대변인이 읊었고 홍 대표가 옹호했다. 경찰이 들썩이고 있다.

막말에도 격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막말일수록 더욱 그렇다. 천박한 막말은 하는 게 아니고 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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