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野球)
야구(野球)
  • 전주일보
  • 승인 2018.03.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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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름은 '타구(打球)' 또는 '격구(擊球)'였다. 공이라는 뜻의 '구' 앞에 치다라는 뜻의 한자어인 '타'나 '격'자를 붙였다. 그러다 '들에서 하는 공놀이(ball play in field)'라는 의미의 야구로 바뀌었다. 이 야구라는 명칭은 1894년 당시 동경제대 영문과 학생이던 주우마 가노에가 '일고교우회잡지' 호외에서 처음 썼다. 영어를 한자로 바꾸는데 기발한(?)능력을 가진 일본인의 작품인 것이다. 지금은 자연스레 야구라 부르지만, 따지고 보면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굴러들어온 일본 유래의 이름인 야구가 '박힌 이름'인 타구나 격구를 빼낸 셈이다. 

야구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05년이다. 선교사 질레트(Gillett·한국이름 吉禮泰)가 황성기독교청년회 회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친 게 시작이었다. 1909년 창설된 도쿄 유학생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중 스포츠로 진입했다. 1920년 조선체육회 창립과 함께 전(全)조선야구대회가 열렸으며 1923년 조선야구협회가 발족됐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조선체육회 강제 해산으로 한 때 주춤하다 해방 이후 고교야구를 중심으로 다시 인기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야구를 오늘날의 경기방식과 비슷하게 발전시킨 사람은 알렉산더 카트라이트(Cartwright, A)다. '야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1845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야구팀인 니커보커 야구협회를 조직해 다이아몬드형 경기장을 고안하고 경기 인원을 9명으로 했다. 3스트라이크가 1아웃이 된다는 등의 근대야구 규칙도 대부분 이 때 만들어졌다. 

야구의 역사적 기원은 이 보다 훨씬 앞선다. 13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cricket)이 라운더즈(Rounders)가 되고 이것이 발달해 베이스볼(Baseball)이 됐다. 영국에서 배트와 볼을 사용하는 놀이가 성행했고, 이를 포코너즈(four corners), 피더(feeder), 라운더즈 등으로 불렀는데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 널리 퍼뜨렸다는 주장이다. 1839년 뉴욕 주 쿠퍼즈 타운에서 에브너 더블데이(Abner Doubleday)라는 사람이 고안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신뢰도가 낮다.

1982년 6개 팀으로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벌써 36년이 됐다. 팀도 10개팀으로 늘었고 그동안 누적관람객도 1억4천만여명에 육박한다. 선수들의 기량은 가히 괄목상대 (刮目相對), 야구의 발전은 능히 상전벽해 (桑田碧海)라 할만하다. 굳이 야구가 아니라도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 인생의 역전 만루홈런을 꿈꾼다. 그러나 만루홈런은 결코 혼자서는 칠 수 없다. 반드시 누상(壘上)에 주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야구의 묘미고 세상의 이치다. 올 프로야구가 내일 개막한다니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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