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봉의 봄
기린봉의 봄
  • 전주일보
  • 승인 2018.03.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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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산자락을 감싸고 있다

기린봉의 봄은 골짜기에 홍매화를 피우고 그것도 모자라 진달래 화병을 산자락 여기저기에 갖다 놨다

멀리 모악산이 보이고 용화산이 눈에 들어 와 자리 잡는다 흐릿하지만 익산에 터를 잡은 미륵산이 가물거린다 무릎 아래 리베라호텔과 한옥마을이 발바닥을 간질인다 아중저수지는 아직도 겨울잠이 덜 깼는지 눈곱을 떼고 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 찝찝하고 허전한 마음을 퍼 넘길 데가 없는 사람들

기린봉 품안으로 들어와 고통과 번민을 내려놓고 하산할 때 기린사仙麟寺에서 지은 죄를 빌고 약수터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 마시면 아중 호수에서 고래 한 마리 튀어 오른다

기린봉의 봄이 한 폭의 그림으로 내 가슴에 걸렸다

 

                 /기린봉麒麟峰 :  전주시 우아동과 풍남동에 걸쳐서 위치한 고도 306m의 산

 

기린麒麟의 기騏는 수컷, 인麟은 암컷으로 두 글자의 결합어다. 기질이 온순하고 새로 난 풀 위로 걸어 다니지 않으며 생채소를 먹지 않는다. 수컷인 기騏는 몸이 사슴 같고 꼬리는 소와 같으며,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빛깔은 5색이라고 한다. 이것이 출현하면 세상에 성왕聖王이 나올 길조라고 한다. 암컷인 인麟은 이마에 뿔이 하나 돋아 있는데, 끝에 살이 붙어 있어 다른 짐승을 해치지 않는다 하여 인수仁獸라고 한다. 기린은 성군 혹은 성군이 다스리는 태평성세라는 개념과 동일시하며 임금이 훌륭한 정치를 펼치면 기린이 나타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기린은 백수百獸의 영장靈長이라는 점에서 걸출한 인물에 비유되고, 뛰어난 젊은이를 ‘기린아麒麟兒’라고도 한다. 전주를 상징하는 기린봉에서 내려다보면 서쪽으로 김제, 만경은 물론 부안 변산 까지 훤히 보인다. 서해바다가 보이고 전북의 희망인 새만금 간척지가 보인다. 군산이 보이고 익산 미륵산은 물론 논산 들판을 지나 부여까지 보인다. 기린봉에 떠오르는 달을 기린토월麒麟吐月이라고 칭송한다. 동으로 비껴 솟은 기린봉 정상에 솟아오르는 달이 여의주를 닮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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