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정치를 생각한다.
물의 정치를 생각한다.
  • 전주일보
  • 승인 2018.03.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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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세계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을 추켜세우느라 열심이다. 옛날 외국의 ‘엘로 페이퍼’에 돈을 퍼주고 엉터리 칭송을 만들어냈던 독재자의 사례와 전혀 다른, 유명 언론들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노력에 박수와 긍정적 평가를 거듭하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최근 문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후보라고 평가했고, 미국의 CNN 방송은 북·미 정상회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전략보다는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 성공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WSJ), 뉴욕 타임스(NYT), 언론 매체 복스(Vox) 등도 문 대통령이 외교 쿠데타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도 11일 문 대통령을 ‘전술의 달인’(master tactician)이라고 칭송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언론이 모두 한 목소리로 우리나라 대통령을 칭송하는 이런 일은 일찍이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던 남북회담에 따른 보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단한 평가를 하지 않았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완화한 노력이 있었을 뿐, 세계평화를 위한 전진의 의미는 약했다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제대로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였다.

  민타로 오바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은 “문 대통령이 ‘대북 관여’와 ‘대미 협력’ 사이에서 정교하게 균형을 잡고 자신의 대북 이니셔티브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결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언론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과 만나기로 한 것은 문 대통령의 명석한 정치공학의 산물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밀어붙여서 사상 유례가 없는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일일이 언론사들의 평가를 옮기지 않아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노력은 자한당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세계가 모두 인정하는 일이다.

  지난 9년간 이명박근혜 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나라에는 외교라는 게 없었다. 자나 깨나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그저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똘마니로 사는 데에 만족했다. 북한과 대립각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짓을 다하고 걸핏하면 ‘빨갱이’를 들먹여 국민을 겁박했다. 더불어 미국의 큰 똘마니인 일본의 눈치를 보는 행동대원 ‘따까리’ 역할에 만족했다. 그러다 보니 ‘코리아 패싱’이 정착되고, 일본과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본인들의 동의도 없이 ‘위안부문제 합의’라는 불법 부당한 짓을 저지르고, 용도 불명의 ‘사드’까지 들여와 중국과 마찰을 불렀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끊임없이 외쳐 온 ‘한반도 평화’에는 진정성이 가득했다. 그것이 세계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이라는 자신감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평창의 접촉이 가능했다. 또, 평창의 접촉이 성공한 것은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김정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기에 급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줄 아는 문 대통령의 시의 적절한 조치들이 맞아 떨어져 반목과 대결의 폐허에 평화의 싹이 돋아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9일 갑작스럽게 대통령 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이 소탈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려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여러 차례 감동했다. 그가 하는 행동에서 진정성을 보았고 간절함이 파동처럼 전해왔기 때문이다. 군림하려들지 않고 진정으로 국민 편에서 일하려는 그를 보며, 조금 더 일찍 저런 대통령이 있었다면 오늘 이 나라가 ‘헬 조선’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출산율 1.094라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진정성을 볼 때면 알 수 없는 힘이 내 감성을 건드려 절로 눈물이 났다.

  원자력발전소 공사 중단을 두고 국민의 대표들이 반대 입장을 내자 바로 승복하고 공사재개를 결정하던 때, 과연 그가 좋은 대통령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또, 그가 비정규직을 정규화하고 최저임금인상을 밀어붙인 일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했지만, 지금 그렇게 해두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까지 삶에 허덕이게 될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소규모 공장을 하는 사람이나 자영업이라도 운영하는 사람이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나 알바 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으니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길을 터놓겠다는 의지였다.

  그의 정치는 노자(老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추구하는 물의 정치를 닮았다.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아 순리를 따르는 물의 정치, 민초의 가는 뿌리에 물이 닿아 가지를 벋고 꽃을 피워 작으나마 열매를 맺게 하는 아름다운 정치의 근본을 실천하려 최선을 다한다. 아직 1년도 채 안되었지만, 그의 진심은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모든 정치를 정략과 눈속임으로 보는 무리들에게는 허상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나, 시간이 지나면 더욱 또렷하게 그의 진심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제발 그의 ‘물의 정치’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가 아름다운 정치로 5년을 끝내고 청와대를 나갈 때, 온 국민이 박수치고 붙잡고 싶어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날에는 남북이 평화 속에 화해하며 민족번영의 기틀을 세우고, 나라에 기본이 선 바른 나라가 되어있을 날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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