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을 알리는 춘분이다. 하지만 창문 밖 세상이 하얗다. 꽃을 시샘하는 봄추위가 시샘을 부렸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에는 초속 14m의 강풍에 시설물이 부서지고 날아갔고, 지역에 따라 대설주의보가 내린 곳도 있다.
포근해진 날씨에 피었던 산수유, 매화가 눈보라에 모두 져버리면 봄 정경이 삭막해져 쓸쓸하고 애잔한 봄이 되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기상청은 22일부터는 날씨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북태평양의 한랭성 고기압이 아무리 심술을 부려도 오는 봄을 아예 막을 수는 없는 법. 주말에는 다시 포근한 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세상사는 순리로 풀어지게 되어있다. 나라 정치도 마찬가지여서 세상의 이치를 거슬러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국민을 속인 정치는 결국에는 그 죄 값을 치른다.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요즘의 핫 이슈는 당연히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걸린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국민의 관심을 끄는 일이 있다. 다름아닌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사건이다.
국민정서로는 당연히 구속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과 그의 더러운 행적을 밝혀야 하는데, 사법부의 판단이 가끔 엉뚱하게 나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터라 안심하지 못하고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민은 개와 돼지이니 신분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육부 고위공무원에 대한 파면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또 적폐청산을 위해 당연히 구속해야 할, 범죄혐의자들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하는 바람에 검찰을 당혹하게 했던 사례가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재판부가 여론에 흔들리는 일도 문제일 수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당연히 구속 수사해야 할 피의자를 풀어주는 일은 사법정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명박은 국민을 속여서 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그는 대선당시 쟁점이었던 BBK사건이나 ‘다스’의 주인이라는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고 고함을 치며 국민을 속였다. 만약 대선당시에 그의 거짓말이 밝혀졌더라면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매한 국민들은 그가 전과 14범이라는 기록조차 사업을 하느라 어쩔 수 없이 법의 제재를 받았던 일이라며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표를 몰아주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BBK에 투자한 돈 140억을 회수하기 위해 김경준의 매형을 공권력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끝내 돈을 받아냈다. 그 140억원은 군소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돈이었는데 이명박이 가져가는 바람에 소액투자자들은 돈을 모두 날리게 됐다. 김경준 또한 감옥에 가야 했다.
그는 돈을 좇아 움직이고 돈을 위해 살았다. 들여다보면 대통령 선거에 나선 것도 돈을 편하게 벌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가 다스를 설립한 건 1987년 현대건설 사장이던 시절에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이 자동차 시트 공장을 만들어 현대에 납품을 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때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 설립자금 3억9,600만원을 그가 냈지만, 현대건설 사장이 계열사에 납품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으므로 처남인 김재정의 이름으로 차명회사를 운영하는 편법을 썼다고 한다. 대부기공은 초기에 일본 ‘후지기공’의 기술을 지원받았으나 1995년경에 관계를 정리하고부터 상당한 이익이 발생했다.
이익이 많아지면 세금도 많아지고 현대가 납품가격을 낮추자고 할 수 있으므로 분식회계를 통하여 이익을 숨기고 남는 돈을 비자금으로 챙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12년간 챙긴 금액이 340억 원인데, 2006년 말에 대선을 염두에 두고 말썽이 날까봐 비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부르짖은 ‘새빨간 거짓말’은 명백한 진실을 덮는 말이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67억 원을 삼성이 대납한 뇌물사건도 삼성이 미국 로펌과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위장하고 그 금액을 다스 소송비용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이명박은 삼성의 돈을 받으면서 “고맙다고 전하고 계속 도와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삼성 이건희는 유죄확정 4개월만에 전격 사면되었고, 상속의 걸림돌이 되는 ‘금산분리법’을 완화하는 특혜를 주기도 했다.
검찰은 이명박이 그동안 범법의 증거를 철저하게 없애왔기 때문에 드러난 증거를 상당부분 감추고 있다고 한다. 증거가 나오면 또 다른 방법으로 무력화하려 들 것이므로 상급법원에 갈 증거를 아껴두고 있다는 말도 있다. 미꾸라지를 잡을 때는 반드시 손에 모래를 묻혀두어야 하듯이 법률미꾸라지를 잡기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그가 저지른 죄가 드러난 것은 오랫동안 그의 밑에서 일한 사람들이 증언과 증거들을 모두 실토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시절부터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이 검찰에서 사실을 털어놓자, 한때 이명박의 오른팔이었던 정두언 전 국회의원은 한마디로 “MB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족 같은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는 바람에 그의 부인이 생활고로 자살하도록 방치한 몰인정한 사람이 이명박이라고 했다.
김백준 총무비서관을 비롯해 김희중 비서관, 정두언 전 의원 등 모두가 그에게 등을 돌린 걸 보면 그가 수하에게 얼마나 야박하게 한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오직 돈이 되는 것인지에만 관심을 두던 그가 구속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또 어떤 경천동지의 사실이 나올지 모른다. 이참에 이 땅의 모든 지도자들은 이명박근혜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돈 귀신(錢鬼)의 말로(末路)가 얼마나 처참한지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신영배 전주일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