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철학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 전주일보
  • 승인 2018.03.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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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지난 달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대화의 창구가 열리면서 북한 비핵화 협의가 가히 빛의 속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94년 북한의 NPT 탈퇴 이후 25년간 한반도 갈등과 위기의 태풍의 눈으로 작용했던 북핵문제 해결을 향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와 해법이 이번에는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25년간 지지부진했던 북한 핵문제 진척을 위해서는 사실 중국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했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 동안 북한정권과 체제의 급격한 변동을 반대한 것은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와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협공을 통해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북한을 완충지대로서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소련의 해체 이후 유일무이의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국가로서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버금가는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인구를 바탕으로 한 경제력 규모만 가지고 논할 것은 아니라서 당장 실현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30여년 뒤에는 실현 가능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사실 고대에서 중세까지 중국이 지금의 미국과 같은 세계 최강대국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양세력이 지금과 같이 동양세력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구사하게 된 것은 르네상스 이후의 일이다.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면서 주류세력으로 부상한 것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공평무사한 탐구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문으로서 철학의 문을 연 최고의 그리스 철학자들은 밀레토스에서 나왔다. 밀레토스는 그리스 이오니아 사람들이 소아시아에 세운 도시로서 무역과 상업이 번창한 교통의 요지였다. “우주만물은 물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은 밀레토스 출신의 철학자탈레스(BC640-546)이다.

그는 일식을 예언했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일식은 BC585년에 일어났다는 것이 천문학자들의 계산이다. 일식 현상을 예언한 것은 탈레스가 바빌로니아 사람들의 기록에 정통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탈레스는 이집트 사람들이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하는데 사용하던 주먹구구식의 규칙을 바다에 떠 있는 선박들 사이의 거리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사물 사이의 거리를 알아내는데 적용했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철학자로서 명성이 높지만 이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그에게 의문을 품고 돈을 벌어보라고 하자 올리브 기름 시장을 매점해서 큰 돈을 번 일화는 유명하다. 철학자인 그가 단순하게 말로만 떠드는 학자만이 아니고 세속적인 능력도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올리브 기름을 짜는 기구들을 모조리 매점해서 올리브가 풍작이 되었을 때 기구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려서 큰 돈을 번 것인데, 이는 그가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 물음의 답을 찾는 것은 무심한 관찰자에게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 같은 것 속에서 일련의 질서를 찾는 일이다. 인간이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연 현상을 인간의 뜻에 따라서 부릴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고대 중국에서도 일식을 관측한 자료가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자연현상을 단순히 관찰하고 기록만 했으나 그리스 사람들은 관찰을 넘어서 왜 그렇게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던 것이 오늘날 서양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리라. 철학의 핵심은 항상 의문을 갖는 다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의문을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그리스인들의 삶의 태도를 오늘부터 실천하는 것도 삶의 크나큰 지혜이다.

김영준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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