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에 따른 ‘펜스룰’(Pence rule)이 확산되면서 남성·여성 모두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과 더불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반면 여성들은 펜스룰이 오히려 또 다른 성차별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펜스룰은 지난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으며,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 이는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 외의 여성들과는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펜스룰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한 대응책으로 주목되면서 지역사회에 급속도록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남성들은 여성들과 불필요한 대화나 회식 등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나도 미투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40)씨는 “말이라는 게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여직원들이랑 대화할 때는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아무래도 이런 상황들 때문에 남성 직원들이랑 있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모(30)씨도 “미투 운동 이후 회식 때 여 직원 옆에 선뜻 못 앉게 됐다”면서 “예전보다 불편하긴 하지만 조심스러워서 나쁠 것도 없고 아예 오해의 여지를 안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들도 불편함은 마찬가지다.
회사 내 회식이나 업무 등이 남성끼리만 이루어지고 여성은 배제되는 등 오히려 펜스룰이 여성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다.
김모(27·여)씨는 “회식 때 남성 상사가 내 옆자리는 피하려는 모습이 보였다”면서 “아무 짓도 안했는데 괜히 잘못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굳이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모(30·여) “남자 직원들과 회식뿐 아니라 대화자체가 줄어든 것 같아서 소외감마저 든다”면서 “성희롱을 사전에 막자는 펜스룰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남성 여성 모두 펜스룰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의 목적이 남성과 여성간의 장벽을 만드는 것이 아님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조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