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디우(아)스의 매듭
고르디우(아)스의 매듭
  • 전주일보
  • 승인 2018.03.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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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케도니아의 가난한 농부였지만 엄연한 왕가(브리게스)의 잔예였다. 고대 신화에 따르면 그는 어느날 밭을 일구다 자신의 소 달구지에 독수리가 내려 앉는 것을 보고 장차 '자신이 왕(王)이 될 징조'라고 생각했다. 시바지오스(제우스의 아들) 신에게 이 징조의 의미를 물어보기(신탁·神託) 위해 소 달구지를 몰고 텔미소스로 가는 내내 독수리가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무렵 프리기아는 왕이 없었다. 통치자, 혹은 지도자의 부재로 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프리기아인들은 언제쯤 자신들에게 바라는 왕이 나타날 것인가를 신에게 물었다. 그들의 간절한 기원에 신탁은 "이제 곧 소달구지를 타고 신전으로 한 사람이 올 것이다"고 전했다. 이에 응해 프리기아인들은 소달구지를 몰고 온 고르디우(아)스를 자신들의 왕으로 삼았다. 

고르디우스는 이에앞서 신전(神展)의 여사제에게 청혼을 해 결혼을 한 뒤 전설의 왕 미다스(마이다스)를 낳았다(또 다른 전승으로는 미다스 왕은 고르디우스와 키벨레 여신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라고도 한다). 그의 손에 닿는 모든 것(사람이든, 물건이든)은 황금으로 변해 버린다는 전설의 왕이 미다스 왕이다.

프리기아의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나라의 일신을 변모시키고자 ‘고르디온’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 그곳을 수도로 정했다. 그리고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소달구지를 신전에 바쳤다. 소달구지는 아주 복잡한 매듭으로 묶여졌다. 신탁은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소아시아)의 지배자'가 될거라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매듭을 풀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 신탁을 듣고 찾아와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린 뒤 예언대로 아시아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듭을 풀지않고 끊어버린 탓에 그의 제국은 얼마가지 못하고 잘려진 매듭처럼 갈기갈기 분열되고 말았다는 안타까움도 전해 온다. 이른바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함께 겉으로 아주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뜻밖의 방식으로 간단히 해결해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4월과 5월 예정된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두고 이런 저런 분석들이 제기된다. 문제를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풀어가느냐, 아니면 일괄 타결하느냐 등에 대해서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인용했다고 한다. 복잡하게 꼬인 문제들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일괄 타결(단칼에 끊어 버리는)하는 방식으로 대화에 임하겠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양 정상회담으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상황이 일거에 해소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국민들이 적지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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