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오징어
  • 전주일보
  • 승인 2018.03.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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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산 오징어가 제 철이라고 해서
송천동 수산시장에 갔지요
주인이 능숙한 솜씨로 
오징어를 해체하는 거예요
예리한 칼끝이 오징어의 배에 닿자마자
오징어가 뱃속에 감추어뒀던 
바다의 눈물까지 
모두 보여주는 거예요
한 번도 누구에게 뱃속을 보여준 적이 없는 나는
생각했어요
누군가 내 배에 칼을 들이댄다면 
아무 말 없이 배를 열고
구린내 나는 똥까지 보여줄 수 있겠는가 
생각할수록 자신이 없어
오징어 한 마리에 소주 두 병을 해 치우고 
휘청휘청 돌아오는데요
뱃속에서 오징어가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 드런 놈아 뱃속이 시커멓구나 
잉?

 *송천동 수산시장 :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소재.
 

오징어는 일반적으로 ‘피둥어꼴뚜기’를 가리키는 말로 1814년(순조 14) 정약전(丁若銓)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의하면 오징어는 ‘물 위에 떠 있다가 까마귀가 이를 죽은 줄 알고 쪼려 할 때 발로 감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 먹는다’고 오적(烏賊)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적어(烏賊魚)라는 이름이 오징어로 변화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수광(李磎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해가 지면 사라져 빈 종이가 되므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이와 같은 간사한 방법을 이용한다'는 글이 있다.

믿지 못할 약속이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두고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라고 한다. 오징어 먹물로 쓴 약속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오징어의 몸체와 팔의 위아래를 거꾸로 알고 있다. 팔이 있는 쪽이 위쪽이고 지느러미가 있는 쪽이 밑이다. 머리 쪽의 팔은 10개로서 2개는 유난히 길며 긴 팔은 먹이를 잡을 때와 교미할 때 사용한다. 오징어의 수명은 1년 정도다. 따라서 1년 이내에 성숙하여 산란한 오징어는 산란 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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