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시대를 청산하자
이명박근혜 시대를 청산하자
  • 전주일보
  • 승인 2018.03.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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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 / 대표이사

 어제 아침에 일기예보 앱에서 모처럼 전주지역의 미세먼지 지표가 파란 바탕에 ‘좋음’이라는 하얀 글씨로 나타났다. 겨우내, 봄 내내 빨간 바탕에 ‘매우 나쁨’이나 노란 바탕에 ‘나쁨’이라고 나왔다. 어쩌다가 ‘보통’이 나오면 반갑던 미세먼지 지표다. 그런데 ‘좋음’이라니, 이게 웬 일일까 싶었는데, 누가 그 까닭을 말해주었다. “먼지투성이 MB가 검찰에 가면서 먼지를 다 갖고 갔기 때문”이란다.

오늘아침 9시25분께 드디어 그가 검찰청사에 불려 들어갔다. 그는 포토라인에서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한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 그는 “전직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준비한 입장문을 읽는 것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심경을 대신했다.

그 역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성이나 시인하는 태도가 없이 정치적인 힘에 눌려 검찰까지 왔다는 듯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얘기들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라고 하면서 ‘내가 입을 열 수 있지만 참는다.’는 식의 말로 뒤를 누르는 솜씨도 보였다. 그의 말이 풍기는 뉴앙스는 ‘대통령이 그런 정도쯤이야 당연한 일이다. 그런 걸 문제 삼기로 하면 누가 걸리지 않겠느냐?’는 말을 에둘러 말하는 느낌을 주었다.

예상대로 그는 검찰이 묻는 여러 혐의에 대해 거의 부인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스의 실소유 문제와 도곡동 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처럼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묻는 말에 일일이 준비한 대로 대답을 하고 있으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검찰의 말이다.

오후에 이어진 비자금 조성문제와 청와대 문건 반출, 이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110억원대 뇌물에 대해서도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뻗고 있듯이 거의 모든 혐의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고한다. 그렇게 되면 검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될 것이고 그 역시 구치소에 들어가게 되는 순서를 밟고 있다. 결국 17대와 18대 대통령이 나란히 구치소에 들어가 조사와 재판을 받게 되는 별로 즐겁지 못한 모양새가 만들어질 듯하다.

전 후임 대통령들이 한꺼번에 구치소에 들어가 조사와 재판을 받는 일은 지난날 전두환과 노태우가 한꺼번에 법정에 선 일이 있듯이, 부끄러운 역사의 반복을 생각하게 하고 우리 역사에서 박정희 독재의 여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이명박의 말이 아니어도 이런 불행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준 권력을 돈 버는 일에만 전념한 이명박의 잘못은 지금 검찰이 조사하는 내용보다 훨씬 더 많다고 생각된다. 4대강을 파헤쳐 국토를 버려놓은 일과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터무니없는 해외투자에 엄청난 국고를 탕진한 잘못에 대해서는 아직 접근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근본적인 죄에 대해서는 통치행위라는 이름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그 또한 적폐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도 구속 후에 차근차근 밝혀서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

이명박은 거론되는 모든 죄를 증명할만한 증거들을 철저하게 없애왔기 때문에 수사도 어렵고 하수인들의 자백이 없었으면 알 수 없었던 사건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법 미꾸라지’의 원조 쯤 되는 셈이다. 그러나 사필귀정, 감쪽같이 감추었어도 이미 많은 것이 드러났듯이 이번에는 그 미꾸라지의 기술이 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나라가 나라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명박이 대선 때에 ‘경천동지’할 세 가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그중 하나가 그의 부인 김윤옥이 명품백에 거액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인 듯 하고 다른 두 문제는 무엇인지 짐작도 어렵다. 정 전의원이 개인적인 의리를 생각하여 ‘말을 아끼는’건지는 모르지만, 시대가 요청하는 건 지난 모든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로 가는 일이다. 정 전의원은 역사를 위하여,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그 경천동지할 일들을 밝혀주기를 국민 모두의 이름으로 권한다.

덮어주는 의리보다는 털어놓고 정리해서 홀가분하게 부끄러운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 역사를 위해서 나라의 정의가 바로 서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가 한다. 정 전의원 뿐 아니라 이명박과 박근혜 시대를 산 모든 관련자들이 차제에 모든 진실을 털어놓아 더러운 시대를 마감하는데 동참한다면 대한민국이 조금 더 밝아지고 깨끗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 미투 운동처럼 ‘이명박근혜 시대’의 더러운 관행과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는 운동을 시작할 수는 없을까. 그리하여 이명박근혜 시대가 깨끗이 정리되고 나라다운 나라,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비핵화와 민족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수 있기를 마음모아 기도한다./신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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