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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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18.03.0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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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우리나라에서 1960~1980년대까지 출산 억제를 위해 탄생한 가족계획 표어들이다. 1974년에는 '임신 안 하는 해'가 지정되기도 했으며 정관 수술을 받으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은 집권 초부터 찢어지게 가난하면서 식구만 많은 흥부네 같은 가족구조로는 경제성장이 어렵다며 강력한 가족계획 정책을 추진했다. 1994년 폐지될 때 까지 정부의 가족계획은 국민적 사업이었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맬서스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온갖 사회악의 근원이 된다'고 보았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국 빈곤과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그의 저서인 '인구론'의 요지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인구가 너무 갑자기 줄어들어 난리다. 정부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0년대 들어와 출산장려 정책으로 돌아섰지만 저출산의 흐름을 막지 못하고 있다. 1.05명.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산·사망 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가 처음으로 40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수인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1.05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인 1.68명 수준을 크게 밑돌 뿐 아니라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일본의 1.46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율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여성의 출산 파업'이라고까지 말한다. 참고로 1800년대 초 여성 1명당 출산율은 8.5명에 달했다고 한다. 저출산은 이미 노동력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사회 활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급격한 인구 감소로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0년 내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4개(36.8%), 3천482개 읍면동 중 1천383개(39.7%)가 소멸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6월13일은 지역의 참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일이다. 각 후보자들은 민심을 잡기 위해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서민들의 삶이나 실생활과는거리가 먼 정책들이다. 지방분권시대 지방경쟁력 중의 하나는 인구다. '지방의 힘'은 인구에서 나오는 시대를 맞고 있다. 출산은 더 이상 여성만의 일이거나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보다 앞서 인구 감소에 시달렸던 선진국들이 출산과 보육문제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전남에 불어닥친 저출산과 인구절벽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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