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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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18.02.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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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어제 밤 평창 겨울 올림픽이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폐막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며 백악관 수석고문인 아방카, 북한에서는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대남관련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김영철이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들어왔다. 문 대통령은 금요일 밤 청와대 상춘재에서 아방카와 만찬을 나누며 환담했다. 아방카는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이 국빈만찬에나 사용하는 상춘재에서 만찬을 가지며 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개막식에 펜스 부통령이 참석했지만, 남북동시입장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골수 매파 인물인데다 북한의 김여정이 대화에 응할 준비가 없었던지 대화를 취소하는 바람에 북미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에 대남관련 사업의 총책이라 할 수 있는 김영철이 미국 아방카 백악관 상임고문을 만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에서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방한 반대 속에서도 김영철과 핵관련 협상을 할 수 있는 인물까지 보낸 속내에는 미국과 접촉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뜻이 간절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평창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반도의 긴장상황에 염려하면서 선수단 파견을 주저하기도 했었다. 그런 염려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다양한 작전을 구상하고 연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 역을 자임한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북한이 참가하여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이름을 내건 개막식을 통해 그러한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올림픽에 참가한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들은 지난 소치 올림픽에 자동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도처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평화스러운 경기장 주변 분위기에 놀라고 안도했다고 한다. 비무장지대가 지척인 곳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이 과거 어느 올림픽보다 평화롭고 안정된 운영을 하는 걸 보며 세계인들은 감동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적어도 외세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우리는 평화를 구축하고 유지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멋진 올림픽이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이 어떻게든 핵을 제거할 생각을 갖고 있고, 여차하면 무력을 써서라도 화근을 없애려하는 사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평창올림픽을 기회삼아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서 핵개발이나 미사일 개발을 봉합하는 수준 정도에서 평화협정을 맺기를 바랄 것이나, 핵무기를 그대로 갖고 평화협정을 얻어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이 지난주에 최고수준의 제재를 발표한 이면에는 이제 남은 건 지접 공격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든지 한판 붙든지 하라는 이 통첩에 난감한 김정은이 어떤 형식이든 할 수 있는 팀을 꾸려 내려 보낸 것이다. 핵무기 몇 개와 미사일 몇 개로 미국과 대결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이다. 북한의 종주국이랄 중국도 미국의 화력 앞에선 맥을 못 춘다.

북한의 바람과는 달리 아방카 일행은 북한과 만날 계획이나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 북한대표단이 통일대교에서 한국당이 농성하는 걸 피해서 전진교를 통해 내려올 정도로 지금 그들은 다급하다. 지난시절 같으면 그런 반대가 있으면 평양에서 비난 방송이 나오고 그들은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만나지 않겠다고 하든 말든 대표단을 보낸 그들의 태도를 보면 웬만한 요구는 다 수용하더라도 이 어려움을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최악의 제재에 중국마저 동참한 현실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체제자체의 존립이 어려운 상황인 것을 누구보다 김정은이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에 심어준 인식은 어물쩍 위기만 넘기고 다시 말썽을 부려온 전력이 깊은 자국으로 남아 있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결국 진정성을 담보하는 조치가 미국과 세계 각국에 얼마나 받아들여질 지가 관건이어서 협상의 길은 험난하다. 핵 폐기의 수순을 빼고는 어떤 조치도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임을 생각하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바라는 우리의 꿈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번 평창 올림픽이 세계인의 관심 속에 하이테크의 결정판이었고, 가장 평화로운 올림픽으로 인정될 만큼 멋진 기적의 시간을 만들었음을 생각하면 올림픽이 이루어낸 기적처럼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평창 매직’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본다. 우리 한국 선수들이 이루어낸 봅슬레이 종목의 금메달과 은메달, 불모의 종목인 컬링에서 ‘영미야~, 영미, 영미야~~’가 은메달의 매직을 이루어내지 않았던가?

올림픽 기간 내내 경기장 주변과 전국에서 끊임없이 문화행사가 계속되어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고, 로붓이 스키를 타고 통역을 해준 일이나, 어느 올림픽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든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이 중계되고 5G환경이 구축된 현장의 통신 서비스 등 요술처럼 즐겁고 행복한 올림픽을 만든 것도 기적이다.

특히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단일팀으로 입장한 일은 엄청난 기적이었다. 외신들은 한국정부가 한반도 사태의 주도권을 완전히 잡아 올림픽의 챔피언이 되었다고 평가할 만큼 평창 올림픽은 커다란 성과를 냈다. 이제 그 평화가 정착하는 북미간 접촉과 회담이 시작되어 ‘평창 매직’의 완성을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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