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여가의 균형있는 조화, 경쟁력 확보의 또 다른 방법
일과 여가의 균형있는 조화, 경쟁력 확보의 또 다른 방법
  • 전주일보
  • 승인 2018.02.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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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리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3년만에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넘었다. 금년 들어서도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서 무역규모가 지난해에 비해서 4-5% 성장한 1조 1,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로봇, 바이오헬스 등 8대 신성장 품목과 반도체 등 기존 주력 품목의 수출이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전망이 밝은 가운데 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 조사를 통해 미국의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대상으로 지목한 12개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국가 핵심 기반시설 유지에 필요한 철강을 자국에서 생산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과도한 철강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에도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국,중국, 일본을 지목해서 일종의 보복 관세인 호혜세 부과 방침을 언급하기도 했다.

거친 입으로 이미 악명이 높은 그는, 현재 양국이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진행중인 한미 FTA를 ‘재앙’이라고 말하고 전라북도는 물론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방침에 ‘GM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온다’는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말을 회의석상에서 공개적 언급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기조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의 집권과 함께 어느 정도 미국의 통상압력을 예상하기는 했으나 생각보다 압박의 강도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시장에 대한 판로 개척을 통한 수출을 통해서 생존과 번영을 이루어야 하는 우리들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큰 틀에서 볼 때 다만 미국과의 통상마찰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것들은 많다. 갈수록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기업들의 공세가 대표적이다. 중국기업들은 이미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연속해서 세계시장 1위 품목 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점차로 우리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의 추격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최근에는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외부여건이 불리할수록 가장 믿을만한 것은 역시 우리들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것 밖에는 없다. 무엇보다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사실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것이며 문제는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뛰어나야 경쟁력이 생기는데 남들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걸림돌이다. 많은 돈이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해서 시간과 노력을 대신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겠으나 중소기업으로서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는 지난하다. 따라서 자신의 당면처지에서 시행가능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혁신을 해야만 한다고 한다. 혁신이란 그 어떤 ‘새로운 것’을 이루어 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어떤 ‘바보 짓’을 하지 않는 것도 혁신의 한 방법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늘 하던 일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이 이룰 수 있는 혁신의 또 다른 긴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전체적으로 봐서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랜 시간 일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남들보다 오래 일한 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런 일일 수도 있으나 이제는 열심히 오랫동안 일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닌 시대가 도래한 지 이미 오래이다. ‘성실한 태도’보다는 ‘알찬 성과’가 우선이다. ‘일하기 위해서 일하는 사회’, ‘야근을 권하는 사회’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세계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보유한 독일의 금속노조는 최근 주당 노동 30시간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쉬면서 재충전함으로써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확보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일과 여가의 균형있는 조화를 통한 새로운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김영준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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