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임금제 도입 '상생의 묘' 찾아야
적정임금제 도입 '상생의 묘' 찾아야
  • 이용원
  • 승인 2018.02.07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전문건설업계에서는 약자인 건설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적정임금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도 도입으로 인해 전문건설업계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달 임시국회에서는 건설현장의 적정임금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적정임금제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건설노동자 임금이 삭감되지 않도록 발주자가 인건비를 책정해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정임금제가 도입될 경우 건설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문건설업계의 우려가 크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자칫 영세한 전문건설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정임금제가 도입돼 발주처가 적정임금을 확정하더라도 실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는 건설사다. 현재 건설 생산구조에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주체는 대부분 하도급사여서 실제 임금 지급 업무는 하청업체들이 하고 있다. 하청업체는 원청으로부터 받은 하도급 금액으로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발주자가 책정한 적정임금이 하도급금액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업체 몫이 된다.

또한 적정임금이 시장임금보다 높게 설정될 경우 그 차액을 전문건설업계가 모두 떠안게 될 것이다.
현행 하도급법에는 하도급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원청에 인건비 증액을 요청하기 매우 어렵다.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ㆍ요건에 노무비는 제외돼 있다. 하도급업체의 원가에서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원재료비(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노무비 변동에 대한 안전장치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적정임금제 도입으로 노무비 원가 자체가 높아진 상황에서 돌발변수로 인해 당초 책정됐던 노무비의 변동이 일어나더라도 하도급대금을 조정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무비 변동도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 요건 가운데 하나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이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근로자의 숙련도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도 전문건설업계에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전문건설업계는 적정임금제 도입에 앞서 적정 공사비 확보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적정임금제가 도입되면 원청과 건설근로자 사이에 있는 전문건설업계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때문에 공사 낙찰 하한율을 높이는 등으로 적정공사비를 확보하고 하도급대금에도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건설근로자와 전문건설업체들 모두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이다.

정부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