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시끌시끌한 세상에 대한 푸념
춥고 시끌시끌한 세상에 대한 푸념
  • 전주일보
  • 승인 2018.02.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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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어제가 절기상 입춘이었다. 그런데 봄을 생각하기는커녕 당장 한파를 넘는 일이 다급하다. 곳곳에서 수도관이 얼어터지고, 물이 없어 씻지도 못하고 출근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목욕탕에는 손님이, 병원에는 감기환자가 넘쳐 즐거운 비병을 지른다고 한다. 세상일은 항상 나쁜 곳이 있으면 반대급부를 차지하는 쪽이 있게 마련인가보다. 이런 때는 뉴스라도 따뜻해서 사람들 마음이라도 녹여야 하는데, 들리는 소식마다 한심하고 왁자하게 떠들고 다투는 이야기뿐이다.

 

국민의 생각이 바뀌면서 불법과 편법, 마구잡이가 판치던 지난 시절을 청산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그 지난 시절의 일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나라가 나라답지 못했기에 대통령이 탄핵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지만, 해도 너무하고 드러나는 일마다 기가 막혀 할 말을 잊는다. 그동안 박근혜가 저지른 일에 아연(啞然)하던 국민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명박의 진상이 차츰 드러나면서 더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권력을 사유화하여 나랏돈을 호주머니 돈 꺼내 쓰듯 했는가 하면, 나라를 수호하는 일을 해야 할 국정원을 개인과 정권을 지키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을 위해 일한 사람들의 역할이 끝나면 바로 용도폐기하고 그들을 감시하고 뒷조사를 시켜 입막음을 하거나 감옥에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잔인한 용병술이 오늘에 와서는 부메랑이 되어 그들의 입에서 그동안의 죄업이 모두 까발려지고 있다.

비열하고 잔인한 권력의 속성을 모두 갖춘 그의 재임시절 이야기는 아마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그가 검찰에 소환되고 구속된 뒤에 한권의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드러날 듯하다. 그 숨은 줄거리가 드러나는 때를 기다리느라 평창 올림픽이 퍽 지루할 것 같다.

 

요즘의 톱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 연이은 미투(Me too)와 법원의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억압되어온 여성들에 대한 남성의 편견이 부른 인격참사가 법을 집행하는 검사 집단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국민은 경악했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의 일이 내부인의 입에서 직접 방송으로 퍼져 나온 일은 모든 이에게 충격이었다.

과연 성추행과 성폭력을 직접 저질렀던 자들이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다루었을까 하는 생각에 국민은 모골이 송연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서검사는 4일 진상조사단에 출석하여 상세한 진술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 사건이 있을 때만 잠시 빛을 비추다가 사라지는 틈새 대책이 아닌 체질개선이 뒤따라야 하는 문제다.

아울러 법원행정처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판사들의 성향을 분류한 문건이 터져 나왔다. 논란의 시작은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사법부 개혁' 관련 학술대회 행사를 축소하도록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 모 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이후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태는 더욱 커졌고 대법원은 논란이 확산하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사법행정에 문제가 있었으나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 후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장과 차장을 교체하고 사건의 내용을 재조사하고 있다. 그동안 열지 못한 수백 개 파일을 열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법부의 문제가 제대로 풀리려면 그 문건들이 공개되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우리 전북과 관련이 깊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는 일과 통합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새로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는 문제다.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갈라서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통합과정에서 바른정당 인사들과 상당부분 의견이 엇갈리는 듯하다. 지금 막 통합을 하는 과정에서 역할문제로 이견이 있다면 오래지 않아 감정이 부딪힐 것이고, 미니정당에서 제3당이 된 뒤에는 바른정당 인물들과 충돌이 더 심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결국 안철수는 새 정당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갈라서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욕심과 세상은 전혀 다른 기전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 전북출신들이 몸담을 민평당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가장 염려스러운 건 미국의 트럼프 정부다. 깜냥으로는 북한을 억압하여 핵을 버리고 손들고 나오기를 바라는 뜻인지 모르지만, 김정은과 북한의 군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코피작전이니 하는 어린아이 장난 같은 애드벌룬을 띄워서 효과를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죽기 살기로 핵에 매달린 그들이 핵을 내던지고 ‘살려줍쇼.’ 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공연히 불집을 건드려 우리 한국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펜스 부통령이 “전략적 인내의 시기는 끝났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러 평창에 온다는 말이나, 공화당의 중간선거에 유리한 입장을 위하여 ‘코피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보도 등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트럼프에게 한국은 미국서 돈이나 벌어가는 나쁜 나라인 듯하다. 위험한 트럼프와 공화당, 북한의 김정은이 어쩌다 같은 시대에 만나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지, 그동안 미국에 죽어라 매달린 외교 국방 정책의 대가가 이런 것인지 답답한 월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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