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채용비리 남의 일이 아니다.
공기업 채용비리 남의 일이 아니다.
  • 전주일보
  • 승인 2018.01.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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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공개한 공공기관 명단에 든 15개 부처 33개 기관의 83건을 수사의뢰하고 66개 기관의 255건은 징계와 문책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에 정부가 특별 점검한 공공 또는 공공관련 기관 1190여개 기관 가운데 80%에 달하는 946개 기관에서 채용관련 지적사항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강원랜드에서는 200여건의 불법채용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이들 공공관련 기관이나 단체는 젊은이들이 흔히 ‘신의 직장’이라고 말할 만큼 선망하는 대상이다. 그들 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과 스펙을 쌓아야하고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합격할 수 있는 직장이다. 당연히 합격자보다 떨어지는 수가 몇 십 배 많다.

그런데 정당한 경쟁을 하지 않고 어떤 사람은 서류조차 내지 않고서도 합격이 되고, 또 어떤 사람은 불합격이었는데 다시 회의를 열어 합격으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기관에서는 면접관도 아닌 고위인사가 면접장에 들어와 특정인에게 질문을 거듭하여 면접 점수를 올리도록 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이외에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합격한 사람의 뒤에는 해당 기관의 고위인사나 권력을 가진 인물이 있었다.

그런 불법채용의 그늘에는 정당하게 소정의 과정을 거쳐 합격의 자격을 갖추고도 힘에 밀려 탈락하는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합격하여 채용되어야할 사람이 불합격으로 좌절하는 사이에 고위층의 배경을 가진 사람은 힘 안들이고 신의 직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런 사회가 바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다. 이러다 보니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좌절한 젊은이들이 기회를 얻지 못해 낙오자가 되기도 한다.

젊은이가 좌절하여 건전한 사회를 이루는 데 동참하지 못하게 되는 건 나라를 위해 퍽 불행한 일이다. ‘배경이나 연줄이 스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썩어버린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좌절하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일할 명분과 의욕을 잃게 된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단순히 해당기관의 비리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이 바뀌거나, 언론의 지적이 파다하게 일어나면 일제 조사를 하고 일부 관련자가 처벌을 받는 등 법석을 떨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고 만다. 차제에 정부는 이들 공공기관의 채용관리를 정부차원에서 유사기관별로 묶어 일괄 공채하는 방법 등으로 완전 공개하여 그야말로 공정한 채용시스템을 만든다면 더는 이런 비리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응시자에게 재 응시의 기회를 박탈하듯, 비리에 가담한 담당자도 무조건 파면하고 유사기관 등에 취업을 할 수 없도록 정한다면 함부로 채용비리에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 채용비리를 부탁한 정치인이나 공직자도 자격정지 등 강력한 처벌규정을 둔다면 이런 불법은 사라질 것이다. 이슈가 나면 난리법석을 하다가 법을 만들 때면 슬그머니 물러나는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도 언론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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