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소방점검은 안녕하실까?
전북의 소방점검은 안녕하실까?
  • 전주일보
  • 승인 2018.01.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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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 센터화재 사건의 아픈 기억이 아직 뇌리에서 맴돌고 있는데, 지난 26일 밀양시 가곡동의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29일 현재 39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고 화상을 입었다. 물론 두 대형화재의 사이에도 시장화재와 모텔 방화사건 등 크고 작은 화재가 연달아 발생했다.

북극의 한파를 저지해주는 제트기류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해서 한파가 중국과 한국 등 상공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요즘은 모스코바 보다 한국이 더 춥다고 한다. 날씨가 추우니 전열기도 많이 써야하고 그러다가 화재가 빈발하는 것이다. 겨울철에 화재가 나는 건 어쩌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화재로 생목숨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평소 안전의식이 희박하여 대비를 하지 못했기에 대형 참사가 발생하게 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건물의 외벽에 가연성이 높은 자재를 사용하여 불이 순식간에 건물을 휩싼 것도 문제였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연기를 빼내는 배연창이 열리지 않도록 잠겨 있어서 유독가스에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더구나 화재에 대비하여 만들어 둔 비상구가 막혀있어서 사람들이 탈출할 수 없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화재대비 시설이 점검에 맞추어 존재할 뿐 작동조차 하지 않았으니 점검은 형식적으로만 시행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불법주차로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해 화재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덕분에 앞으로 화재현장에 불법 주차된 차량은 소방차가 부수어도 배상을 하지 않는 강력한 법이 만들어진 건 다행이다.

밀양 세종병원의 참사는 더 심각했다. 건물 연면적이 1,000㎡ 이하였고, 병원의 병상이 100베드 이하여서 스프링클러나 배연창 시설을 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화재에 자동으로 작동하는 대비시설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불이 나자 3분 만에 소방차가 달려왔지만 유독가스가 퍼져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 39명이 희생되었다. 그 가운데 32명이 70세 이상 노인환자였다. 화재가 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남의 도움이 없이 대피할 수도 없는데, 간호사 5명이 전부였으니 환자들은 그냥 누워서 죽음을 맞은 셈이다. 더구나 내부의 벽지나 커튼도 방염재를 써야하는데 일반 내장재를 썼으니 금세 불이 번져 유독가스가 병원에 가득 퍼졌다.

이런 병원 등 요양시설과 다중이용시설이 전라북도에도 수없이 있다. 우리 전북에서도 이런 참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불이 나는 건 전혀 예고되지 않는 일이어서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불상사이다. 화재사건이 빈발하면서 전북도가 소방점검을 다그치고 독려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현행 소방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선 조치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몇 안 되는 소방공무원에 미룰 게 아니라 예방차원에서 일반직 공무원이라도 동원하여 각 지역별로 문제 건물을 찾아 독려하고 점검한다면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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