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의 갈라파고스 거북
정치판의 갈라파고스 거북
  • 전주일보
  • 승인 2018.01.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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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1835년 9월, 찰스 다윈은 영국 군함 비글호를 타고 남아메리카를 돌며 조사하고 갈라파고스 섬에 이르렀을 때 거대한 몸집을 가진 거북을 본다. 그는 그 거북이 마치 ‘노아의 홍수’때에 살던 동물 같았다 고 술회하고 있다. 몸길이가 1.5m이고 무게가 200㎏이 넘는 거대한 초식 동물은 한 시간에 200m밖에 갈 수 없이 느렸지만, 쉬지 않고 갈 수 있는 힘을 가졌고, 몸 안에 물과 먹이를 저장하고 있어서 몇 달 동안 먹이를 다로 먹지 않아도 사는 능력이 있었다.

갈라파고스 섬에 사는 파충류와 조류는 같은 종(種)이라도 사는 지역에 따라 모양과 사는 형태가 특이하게 달랐다. 다윈은 그 달라진 형태를 연구하여 생물이 하느님의 창조물이 아니고 끝없이 적응하느라 진화한 것임을 깨달아 ‘진화론’을 주장하게 된다. 기독교 세상이던 당시에 진화를 주장하는 일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으므로 20년이 지난 후에야 다윈은 ‘종의 기원’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 시대에 대단한 파문을 일으켜 ‘생존경쟁’이나,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이 확산되었고 ‘진보’와 ‘혁신’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생물의 진화 논리가 사회전반에 적용되고, 자본주의 기업이 살아남는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세기에 이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집단은 결국 멸망으로 가게 된다는 이치가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서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이 개발시대의 독재 프레임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생물이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듯이 정치인도 시대의 환경에 맞도록 발전하고 적응해야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신임을 얻어 정치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몸짓, 같은 목소리로 국민 앞에 나서는 정치는 이제 구시대의 박물관으로나 가야할 유물이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핵이라는 거대한 걸림돌을 비켜놓고 나라와 국민을 전쟁의 위험에서 구해보려는 정부의 노력을 두고, 자한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인들은 다시 빨갱이 타령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70년 전의 좌우익 타령과 5~60년 전의 빨갱이 몰아가기 프레임을 다시 꺼내들어 남북대결 구도에서 불안감을 증폭시켜 그걸로 정권을 쥐어보겠다는 생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은 ‘평창 올림픽특별법’을 제정하여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로 야당인 민주당과 합의했다. 특히 남북단일팀을 만들어 평화올림픽을 개최할 것을 확실하게 못 박아 둔 게 2012년 1월26일 시행된 평창올림픽 특별법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바로 지금 자한당 대표인 홍준표다. 그리고 얼마 전 IOC에 남북단일팀을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나경원의원도 당시 한나라당에서 주도적으로 평창 올림픽특별법 제정에 참여해서 현재까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조직위원’의 직함을 갖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올림픽 정신 자체를 폄훼하고 IOC에 훼방서신을 보낸 나경원 조직위원을 파면해달라는 국민청원에 20만 명이상의 국민이 서명했다고 한다. 또 야당의 이러한 정치공세에 대하여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62.9%가 성공개최를 전망했다고 한다. 많은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문재인 정권의 실패만을 소망하는 그들이다.

6월 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쳤는데,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가뜩이나 불리한 여론 속에서 자한당이나 보수 세력은 살아남을 길이 없다. 그래서 빨간 페인트 통을 저마다 들고 빨갱이 칠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기들이 제정한 법을 부인하면서 남북단일팀은 안 된다고 고함치는가하면, 한반도기를 드는 일도 반대다. 자기들이 정한 일을 스스로 부인하고 한 말을 뒤집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닫는 정치에 국민은 이미 질렸다.

정치는 신의와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라의 주인을 무시하고 뭐든 자당의 이익과 권력 쟁취에만 전념하는 지난 시절의 정치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평창 올림픽은 나라와 민족의 대사다. 오죽하면 최문순 강원지사가 올림픽 동안이라도 정쟁을 하지 말자고 휴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그들은 여전하다.

그저 지난날 이승만과 박정희가 부르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해대는 것이 정치라고 아는 집단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끼리끼리 잘 해먹고 불법 저지르는 동안에 국민은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적응해왔다. 진화했다는 말이다. 이제 백성은 그저 시키는 대로, 정치인이 뱉는 거짓말을 믿으며 따라가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운명을 열고 개척하는 국민으로 거듭났다.

더욱이 지지난 겨울에 촛불을 들면서 국민의 의식은 완벽하게 달라졌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진심으로 국민을 대하는지, 선량한 표정의 정치인이 물밑에서 어떤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 국민은 가짜 진보 안철수가 왜 호남이 만들어준 정신을 털어버리고 보수 미니정당과 야합을 하려는지도 ‘가제 물 짐작하듯’ 들여다보고 있다. 변화를 모르고 느릿느릿 움직이며 몸집만 큰 ‘갈라파고스 거북’이 멸종위기에 처하듯, 변화하지 않는 정치도 갈 길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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