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평등권
교육 평등권
  • 조효주
  • 승인 2008.07.1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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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즈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가장 반가소식은 여름방학일 것이다.

 

아이들이야 손꼽아 기다리던 방학이겠지만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과 같이 다가온 방학을 즐거워만 할 수가 없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아이들의 방학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사실 중학교, 초등학교 다니는 세 아이를 둔 엄마로서 아이들의 방학을 앞에 두고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학동안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며 TV나 게임에 몰두할 아이들과 전쟁을 치룰 일,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밥 챙겨줄 일, 나 같이 사회활동이든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점심 문제가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공부 잘하는 아이는 더 앞서 가게 하기위해, 성적이 떨어진 아이는 학과 공부를 보충하고 만회하게 하기위해 어떻게 방학을 보낼지 이런 고민들과 함께 엄마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이들의 방학은 엄마들의 명절 증후군처럼 ‘방학 증후군’으로 이 무더위와 함께 다가온다.

 

최근 방학기간을 통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 또는 학교나 지자체가 학교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선발하여 해외 연수를 보내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성적이 안 되는 경우로 인해 외국연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 그중에는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바쁜 아이들도 있지만 학원은커녕 무대책으로 방치된 채 하루를 보내는 아이도 많다.

 

어떤 부모가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을까?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면서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과 그마저도 시키지 못하는 부모와 아이들이 겪을 심리적 박탈감과 상실감은 또 어떤가?

 

그러나 우리 사회는 격차 나는 성적을 위해 모든 사회적 장치나 제도를 꿰맞춰나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모든 제도와 관심사는 오로지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시켜버리고 어른들이 요구하는 대로 인적자원 또는 글로벌 인재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아이들을 상품으로 만들도록 강요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농촌에서 도시로, 서울로 성적 올리기에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온 가족이 이동해야 하고, 이산가족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기숙학원을 설립하여 학생들과 부모들의 가려움을 긁어준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성적순으로 소수아이들을 선발, 입시 경쟁만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이란 자고로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균등하게 기회가 주어져야하며 이를 위한 예산과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적이 뒤떨어진 아이들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과 지원이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정, 학교, 국가가 포기하고 버려둔 채 이 아이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몇 해 전 TV를 보는데 중국에는 국비로 외국유학을 마치고 다시 본국에 돌아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유학파 박사, 즉 인재들이 미래의 중국을 이끌 원동력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국가의 덕택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이제 조국과 인민을 위해 봉사 하겠다’는 거였다. 너무도 당연한 답변이 내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견고한 덩어리가 바로 중국의 미래이고 저력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것도, 오늘의 고생을 감내하며 밤낮없이 일하는 것도 ‘돈을 많이 벌기위해’,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하지 않았던가? 물론 개인의 행복 추구권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가치와 개념에 대해 곱씹어 볼 때가 아닌가 한다.

 

이미 행복과 성공이 개인에 국한되어 있고 공부를 못하면 모든 혜택에서 제외되고 낙오자가 되어 살아가게 만드는 불평등의 구조를 깨부수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은 없다고 본다.

 

공부를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 되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할 것 같은 불안과 공포의 사회분위기가 아닌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고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는 없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갇혔던 교실에서 벗어나 공부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를 맘껏 풀기 위해 산과 바다, 자연의 품에서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따라 배우는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방학다운 방학을 돌려주어야 되지 않을까?

 

자연과 함께, 사람과 함께 살아갈 자세가 될 때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는 자연의 이치를 함께 배우는 방학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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