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아빠와 펭귄 아빠, 그리고 교육감 선거
독수리 아빠와 펭귄 아빠, 그리고 교육감 선거
  • 임현철
  • 승인 2008.07.15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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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상에는 독수리 아빠(eagle fathers)와 펭귄 아빠(penguin fathers)가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독수리 아빠와 펭귄 아빠는 기러기 아빠(Wild geese fathers)에 이어 나온 신조어로 한국에 홀로 남아 조기 유학을 떠난 아내와 아이를 뒷바라지 하는 아버지를 일컫는 말이다.
독수리 아빠는 경제적 여유가 많아 유학간 자녀를 만나러 수시로 외국에 들락거리는 아버지이고, 펭귄 아빠는 돈이 없어 아예 외국 방문을 포기하는 아버지를 뜻한다. 기러기 아빠는 독수리 아빠와 펭귄 아빠의 중간쯤으로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 외국에 나가는 아버지를 빗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국 어린이들과 그 어머니들의 유학 생활을 자세히 다룬 기사를 보도했다.
‘영어공부를 위해 아빠와 이별하는 한국 아이들(For English Studies, Koreans Say Goodbye to Dad)’이란 제목의 이 기사는 최근 한국에 조기유학 열풍이 불면서 한국에는 기러기 아빠와 독수리 아빠, 펭귄 아빠가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조기 유학생은 이미 4만여명을 넘어섰고, ‘악명 높은’ 한국의 교육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을 조기 유학시키는 부모들이 증가하면서 아이와 아버지가 생이별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학 대상 국가도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아이들의 조기 유학으로 한국에 홀로 남은 아버지를 ‘독수리’, ‘기러기’, ‘펭귄’으로 빗대며 한국의 교육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기 유학 열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적 사정이 웬만하면 조기 유학을 떠날 만큼 계층 구분이 사라졌다. 현재는 경제 사정이 어렵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아이를 유학 보내겠다는 잠재적 수요까지 따져보면 그 수는 엄청나게 불어난다. 천문학적인 유학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조기 유학은 대부분 영어를 배우기 위한 어학연수 수준이었다면 최근엔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한국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보따리를 싸는 학부모들이 주류를 이룬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조기 유학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조기 유학을 부정적으로 만 볼 수 없다. 자녀 교육을 위해 우리보다 더 낳은 교육 환경을 찾아 떠나는 학부모들을 탓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비가 증가하면서 교육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공교육 불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은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핵심이다. 과거 정부에서 그 만한 이유 때문에 금지했던 각종 지침을 폐지,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교육정책은 자율로 포장된 무한 경쟁이 똬리를 틀고 있어 벌써부터 교육계 안팎에서 학교의 시장화와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이들이 무한 경쟁의 틀 속에 갇히면서 인성교육은 뒷전이 될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한창이다. 오는 23일 치러지는 이번 교육감 선거는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어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게 된다.
교육감은 정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에 따라 권한이 더욱 막강해져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예산편성 및 집행, 교원 인사, 학교 인가, 교육과정 운영 등을 최종 결정한다. 각 지역의 교육환경은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의지, 교육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 설립, 학군 조정 및 학교 선택권, 평생교육 체계 등까지 영향을 미친다. 교육감이 결정하는 정책 하나하나에 우리 아이들과 전북교육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교육감을 우리 손으로 뽑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아주 냉랭하기만 하다. 선거 자체를 모르는 게 큰 이유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이란 냉소도 한 몫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기러기 아빠, 독수리 아빠, 펭귄 아빠’로 조롱받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를 교육감으로 선출하느냐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밥좀 제대로 먹고 잠좀 자게 해달라’는 아이들의 요구와 교육의 공공성 강화 및 사교육비 절감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 창의력 신장과 전인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 등 교육 주체들의 다양한 요구를 교육감이 어떻게 정책으로 반영하느냐는 전북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 그 만큼 이번 교육감 선거의 의미는 엄청나게 크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가 위기의 공교육을 다시 살릴 수 있다. 교육감 선거에 유권들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임현철 부국장 겸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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