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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모든 죄를 용서하는 것은 아니다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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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6  14: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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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제/언론인

유태인 학살을 부정하면 처벌하는 독일 홀로코스트법은 반민족 반민주행위가 난무하는 오늘날 과연 무엇이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절감케 한다. 홀로코스트법이란 차별적 언어와 행동, 과거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 등에 대해 처벌받도록 하는 법이다.

즉, 나치의 유태인 학살 비극은 역사의 한 부분으로 분명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이를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등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 또는 미화하는 단체 및 사람들의 처벌을 뒷받침하는 근거법률인 것이다. 유럽의 13개국이 이 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하나의 유럽, 평화의 유럽을 만드는데 근간이 되고 있다.

사이먼비젠탈센터. LA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센터 명칭은 평생을 나치 전범 추적에 바친 사이먼비젠탈이란 인물의 이름이다. 홀로코스트 법에 의해 1947년부터 현재까지 약 1.100명이 넘는 나치전범을 찾아내 법정에 세웠다.

안네 프랑크를 체포했다는 카를 실버바우어, 독일·오스트리아 유대인 학살 책임자 프란츠 슈탄글, 그리고 유대 여성 학살을 전담한 나치 여군 장교 헤르민 브라운슈타이너 등을 찾아내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브라운슈타이너는 미국인 이름으로 뉴욕 퀸스에 숨어 지내다 잡혔고, 라트비아 리가에서 유대인 3.000명의 학살을 총지휘 해 ‘리가의 백정’ 별명을 얻은 나치 비밀경찰 SS 간부 에두아르트 로시만도 파라과이에서 찾아냈다.

이 센터는 지금도 “전범들이 단죄 없이 자연사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독일의 베를린과 함부르크, 쾰른 등 3개 도시의 주요 거리에 포스터를 붙여 생존 나치 전범을 신고해 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반 인류, 반민족 행위의 단죄에는 공소시효가 없음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13년 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병원에서는 폐렴으로 숨진 라슬로 차타리의 경우도 있다. 그는 98세로 사망했다. 언뜻 보면 천수(天壽)를 누린 평범한 사람의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의 최후는 수많은 사람들을 탄식케 했다. 슬퍼서가 아니다. 최후의 심판과 처벌을 죽음으로 피해버린 데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는 슬로바키아 코시체(구 헝가리 영토)의 유대인 거주지(게토)를 책임진 고위 경찰이었다. 그리고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유대인 1만5천700명을 찾아내 폴란드 아우슈비츠와 우크라이나 수용소로 보내 숨지게 한 저승사자였다.

그는 종전 직후 1948년 체코 법원의 결석재판에서 ‘반인륜 범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신분을 위장해 캐나다로 들어갔다. 그 후 1997년 캐나다 정부에 정체가 드러날 때까지 몬트리올과 토론토 등을 떠돌며 미술품 딜러로 신분을 속인 채 살았다.

이후 유럽으로 돌아온 차타리는 사이먼비젠탈센터의 현상수배 캠페인을 통해 거주지가 알려지면서 헝가리 당국에 체포됐다. 종전 67년 만이었다.

헝가리 검찰은 1년간의 조사 끝에 그를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고문죄’로 기소했다. 사이먼비젠탈센터가 그의 유죄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사이먼비젠탈센터는 그가 유대인들을 화물차에 태워 강제수용소로 보낼 때 현장에서 직접 지휘 감독했으며, 유대인 여성과 노약자를 채찍으로 때리면서 맨손으로 땅을 파게 하고, 탈출자를 직접 즉결 총살에 처하는 등 잔인하게 살해하고 학대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신의 은총은 있었던 것인가. 그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법정에 서기 직전 자연사했다. 이날 사이먼비젠탈센터 이스라엘 사무소는 성명을 통해 “그의 죽음이 죄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실로 무시무시한 말을 남겼다. 비록 죽었다 해도 그의 죄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하는 사람. 어찌 그들이 나치 전범뿐이랴. 오늘 이 시간까지도 반성은커녕 침략과 반인류 범죄를 정당화 하고 있는 일본. 그 침략자들보다 더 일본인이고 싶어 했고 잔인했던 친일파들. 지금도 조선총독부의 대변인들 같은 친일파 후손들. 우리민족 불멸의 가치인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뉴 라이트 계열의 극우 인사들. 그들의 역사적 죄과 역시 어찌 나치 전범들보다 가볍다 할 수 있을 것인가.

국정농단도 그렇지만 요즘 적폐청산에 대한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소위 극우세력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세금으로 대통령에게 뇌물 좀 준 것을 전 정권의 국가정보원장을 한꺼번에 두 명이나 구속하고 한 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정치보복’이라며 악쓰기를 일삼으면서 시위도 서슴지 않는다.

나라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국정원과 군대가 국민을 편 갈라 이간질하고 심지어 선거에까지 개입했다가 걸렸는데도 ‘정치보복’이라며 맹공을 퍼붓는다. 친일과 독재를 정당화하고 미화시키는 행위의 연속선상이 아닐 수 없다.

거짓말투성이 전두환 회고록을 보면서 이제 우리도 정의를 이야기 하려면 홀로코스트법 같은 법안을 하루라도 빨리 제정하여야한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우리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부정하고 폄훼하는 자, 5·18 민주화운동 등 모든 민주화운동가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부정하는 자들을 법으로 처벌해야만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역사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반민족 반민주행위자들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면 그나마 남아있는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마저 눈 녹듯 사라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아울러 반민족 반민주 행위자들 또한 명심하기 바란다. 결코 ‘죽음이 모든 죄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김갑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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