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석재판(闕席裁判)
궐석재판(闕席裁判)
  • 전주일보
  • 승인 2017.11.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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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 배 / 대표이사

어제 그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어쩔수 없이 피고인이 없는 궐석재판을 했다. 형사재판에서 있을수 없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궐석이라는 말이 시중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궐석이라는 말은 ‘나가야할 자리에 나가지 않음.’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 말은 결석(缺席)과 같은 뜻이다. 궐석재판은 우리말 언어순화에 따라 결석재판으로 적어야 옳다.

사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명확한 사유 없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강제구인을 원칙으로 한다. 강제로라도 재판에 출석시켜 검사와 판사, 변호사의 물음에 대답하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재판에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박근혜 피고인은 재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찍이 공주로 살면서 세상 것들을 우습게 보다가 죄인이 되어, 재판에서 별로 내놓을 만한 일이 없으니 아예 생떼로 일관하여 지지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게 득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재판장에 나가, 시쳇말로 전 국민 앞에서 쪽팔리는 것 보다는 유치장에서 버티며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세력에게 “난 아무런 죄가 없다. 억울하다. 그래서 편파적인 재판을 거부 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게 현명한지 모른다.

하지만 언급했듯이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반드시 재판장에 출석을 해야 한다. 피고인이 재판에 나가지 않으면 검사의 공소사실을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이 불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80년대 신군부를 동원해 쿠데타를 한 후 무소불위의 총칼을 휘둘렀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판이 그런 경우다. 두 피고인은 사실상 재판을 거부했으나 법원에서 인치(강제로 끌고 오는 행위)를 구치소에 지휘를 하자 전두환, 노태우 두 피고인은 자진해서 재판장에 출석을 했다.

더욱이 박근혜 피고인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그런데도 재판에 나오지 않는, 상식에도 없는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마디로 헌법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히도 현행법상 고의적으로 재판에 불출석을 할 경우 처벌을 할 법이 없다.

물론 법원이 결심만 하면 구인영장 발부해서 재판장까지 끌고 올 수는 있다. 아마도 재판부 입장에서는 전직 대통령을 강제로 끌고 나오는 모습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거에 대한 부담감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법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다음 재판부터는 구인장을 발부해 반드시 재판장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누구도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사실을 이참에 구현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피고인은 구치소에서 하루 30분씩 걷기운동을 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양호하다. 하지만 박 피고인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박근혜에게 녹록하지 않다. 자신의 범죄혐의와 연계된 모든 피고인들에게 유죄형이 선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결백하다’고 버티는 그에게 국민들은 연민의 정은커녕 가증스럽고 교활하다는 생각뿐이다.

어찌 보면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대선과정을 다시 살펴 보면 당시 국정원과 이명박 패거리 등의 댓글부대 동원 따위의 선거방해 공작이 없었다면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는 만들어진 얼굴마담이었다는 말이다. 사실 국정농단 사태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박근혜는 원래부터 ‘궐석 대통령’이었다. 최순실과 김기춘, 그리고 새누리당 등의 정치권을 축으로 하는 장난꾼들이 박근혜라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막후에서 권력을 나누며 국정을 농단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지난해 촛불정국 때,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나왔을까. 우린 지난 10여년의 불량정권 아래에서 신음을 하며 견디다 못한 나머지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혁명을 국민의 힘으로 이끌어내며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출범한 문 정권은 현재 후보 때, 약속했던 ‘적폐청산’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적폐의 우두머리인 박근혜 피고인이 재판을 거부하는 등 갖은 수법으로 헌법을 농락하며 어떻게든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동조세력의 힘을 키워 문 정부를 약화시키려 술수를 쓰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은근히 물밑으로 박근혜의 사면을 거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최순실을 내세워 갖은 부정을 저지르고 국정원을 동원, 뇌물수수는 물론이고 갖은 몹쓸 짓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대통령으로서,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거짓 핑계를 대며 재판을 거부하는 그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대한민국의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가? 박근혜와 추종세력들은 문재인 정권이 나라의 권력을 틀어쥐고 ‘적폐’라는 이름으로 보수를 핍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늘 이 나라의 권력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갔다. 국민의 뜻이 정부를 움직이고 적폐를 청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쓰는 생떼는 갈수록 동정은커녕, 국민의 미움만 살 뿐이다. 사면은커녕 법정 최고형량을 받을 ‘매벌이’ 행동을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오래도록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궐석인간’으로 우리 모두에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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