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의 본산
적폐의 본산
  • 전주일보
  • 승인 2017.11.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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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뜨겁게 타오른 촛불의 힘으로 새 정부가 탄생하고 7개월이 다되어가고 있다. 무도한 정권의 이상한 여자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은 아직도 주범들의 악다구니와 생떼로 재판이 터덕거리고, 하수인 집단인 국정원 뇌물사건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두 정권아래서 숱한 불법을 저지른 자들과 비호세력은 아직도 지난날의 해묵은 수법으로 권토중래를 꿈꾼다. 도대체 그들에게도 양심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럽고, 그런 자들이 여태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자체가 한심하다. 뒤적거리면 뒤적거릴수록 악취가 심하게 터져 나오고 속아 온 국민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마음은 적폐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바라지만, 아직도 묵은 세력이 꽉차있는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는 지난 시대의 관행대로 마이웨이로 흐르고 있어 답답하다. 곳곳에서 새 정부의 프레임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고, 묵은 세력이 조성한 분위기는 변하지 않은 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을 받은 자유한국당의 최경환 의원이 24일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는 협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답답하고 억울하다” “정치보복을 위한 명백한 음해”라고 항변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뇌물을 받았다면 할복자살하겠다.”고도 했다.

  지난날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냈고, 박근혜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로 나라경제를 휘두른 사람으로서 처신이 참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할복자살을 말하기 보다는 떳떳하다면 검찰에 가서 밝히면 될 일이다. 자한당 의원들을 방패로 내세워 국정조사니 특검이니 운운하며 숨는 태도야 말로 할복자살해야할 부끄러운 일이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자한당 홍 대표는 “특활비 문제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며 “특검법이 시행될 때 특검에 의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되  지 않을 특검을 들먹이는 건, 우선 시일을 끌어보자는 속셈일 터이다. 자한당 의원총회에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함께 투쟁하자”는 주장이 쏟아졌다고 한다. 현재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한국당 의원은 10명 안팎에 이른다. 이래서 자한당이 ‘적폐의 본산’이라고 지탄을 받는 것이다.

  도대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투쟁을 하자하면 뭐하고 싸우자는 말인가? 실정법을 부인하기 위하여 뭉치겠다는 그 뻔뻔함에 국민은 분노한다. 마치 도둑들이 모여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적반하장의 기세를 올리는 격이다.

  홍 대표는 한 때 서청원과 최경환 의원을 제명하여 자한당의 이미지를 바꿔보겠다고 설치더니,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성완종 뇌물사건을 폭로하겠다는 엄포에 슬그머니 입을 닫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최경환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하나씩 털리는 것보단 뭉쳐서 매를 맞아보겠다고 작전을 변경한 듯하지만, 그러나 저러나 잘못은 밝혀지게 마련이고 죄는 받아야지 피할 길은 없다.

  최경환은 박근혜 정권의 경제부총리로 일하면서 경제회복을 한답시고 부자들을 위한 주택경기 부양에 올인하여 아파트 가격을 사상 최고로 올려놓아 가계부채를 크게 늘리고 서민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다. 부자는 배가 터지고 국민의 대부분인 중하위 층은 자꾸만 오르는 집값과 전세 값을 따라가느라 가랑이가 찢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경제학자는 최경환이 우리 역사상 최악의 경제장관이었다고 술회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행한 모든 일이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경제라고 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려 안간힘을 하지만, 억지로 내려놓았던 이자가 올라 부담이 늘면서 가계는 이미 휘청거리고 있다. 그 엉터리 경제정책의 장본인이 최경환이다.

  아마 최경환 의원이 검찰에 가지 않으려 엉덩이를 뒤로 빼는 이유는 국정원의 1억 원 이외에도 적잖은 문제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뭉쳐서 살아보겠다는 자한당에는 아마도 털지 않아도 먼지가 수북한 사람들이 제법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한다. 먼지덩어리들이 뭉치면 뭐하겠는가. 먼지가 더 많이 나고 국민의 눈에 쉽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얼마 전에 세월호 뼛조각 발견 은폐 사건이 났을 때, 거품을 물고 정부를 공격하던 그들이 되레 역풍을 맞게 되자 입을 닫고 조용해지듯이, 뭉치겠다고 떠드는 일도 곧 조용해질 것이다. 강아지들이 짖는 건 사람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고 두렵기 때문에 두려운 뜻을 표시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지은 죄들은 만만치 않고 자꾸만 죄어오는 법의 그물망이 두려워서 피해보려 갖은 수단을 다하는 몸부림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다면 벌을 받아야 나라가 나라다워진다. 돈 많은 자 빼고, 권력가진자 빼고, 배경 좋은 자 다 빠지면,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만 가엾다. 죄짓고 엉덩이 빼는 행동이 가장 큰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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