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 트럼프
장사꾼 트럼프
  • 신영배
  • 승인 2017.11.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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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 /발행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방문을 마치고 북경으로 갔다. 일본에서 아베가 비열할 정도의 아부를 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는데도, 정상회담에서는 삐걱거리는 대목이 있었고 통상문제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걸 보며 솔직히 퍽 불안했었다. 기왕에 FTA 문제는 향우 회담을 통해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고, 우리가 중국에 약속했던 3불(三不 : 한미일 군사동맹, 사드 추가배치, 미국 MD망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에 대해서 다른 말이 나올까 조바심한 것이다.

청와대 만찬 연설이나 국회 연설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게 되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가득이나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 미국이 견제를 하게 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할 형편이었다. 다행히 그 문제는 전혀 언급이 없었고, 짧은 방한기간이었지만, 양국 정상의 사이가 퍽 우호적으로 진전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미 본지의 월요일 칼럼에서 3불을 걱정하는 언급이 있었듯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3불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중국과 공동으로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문제는 아슬아슬한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최근의 진행상황이 한국과 중국만의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미국과도 모종의 논의가 있었으리라는 짐작을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미국 대통령을 국빈 방문하도록 초청해놓고 사전에 미국 관련 중요사안에 못을 박아두는 일은 자칫 외교적인 문제로 비약할 수도 있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계 최강 국가인 미국과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 제3위의 일본과 여러 문제로 얽혀있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들과의 관계를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보수정치 집단에서는 무조건 미국에만 매달려 살아야 한다고 걸핏하면 성조기를 흔들지만, 북한과 마주한 우리가 중국을 멀리하고는 하루도 편안히 발 뻗고 지낼 수가 없다.

사실 박근혜정부가 갑자기 사드를 들여오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고, 중국과의 소원한 관계도 만들어질 이유도 없었다. 정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드가 들어온 일이 박근혜의 생각이었는지, 김관진의 생각이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그 결정으로 우리의 경제적 손실과 한국기업의 중국에서 타격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 문제도 앞으로 분명히 규명해서 결정의 이유와 결정과 시행을 갑자기 서둘렀던 까닭을 밝혀야 할 것이다.

8일 오전 11시20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국회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7번째로 연설을 했다. 그 연설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의 평가처럼 무모한 사람이 아니고 대단한 장사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명연설도 아니고 시원시원한 말솜씨도 아닌 평범한 연설이었다. 그러나 그의 연설 속에서 ‘이미 챙길 것은 다 챙긴’ 여유가 보였다. 북핵의 위협을 빙자하고,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을 띄워 놓은 배경 앞에서 한국에 전략무기를 대량으로 팔게 되어 기분이 좋은 얼굴이었다.

핵잠수함 보유할 수 있도록 슬그머니 풀어주면서 잠수함을 팔고 미사일의 중량 제한도 풀어 한국이 군사력을 키우도록 창고를 열었다. 한국이 미국의 무기로 자체 군사력을 키우는 일은 미국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대 중국 견제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미사일 중량과 거리제한을 한 것은 북한을 무력으로 침공하여 전쟁을 일으키는 일이 있을까하여 견제하기 위해서이었다. 지금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일은 없을 것이므로 제한을 모두 풀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미국의 전략무기들을 팔아 ‘꿩 먹고 알 먹는’ 알짜배기 장사를 하게 되었으니 흐뭇한 마음으로 국회연설을 하고 중국으로 떠났다.

강경화 장관이 국회에서 3불을 말하고 문 대통령이 아시아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한 일을 두고 어떤 자한당 의원이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떠들었다. 중국에 굴복하여 사드를 추가로 들여오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도 하지 않고, 미국의 방공망인 MD체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굴욕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원하는 3국 군사동맹은 문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정서가 허락하지 않는 일이고, 유사시에 일본의 군사력이 한국에 진입할 빌미를 주는 일이다. 자한당과 바른정당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드는 우리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방어체계인 것이고 MD 역시 우리나라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중국과 소련 등의 미사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 방어체계이다.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3불을 미리 못 박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혹하고 비참한 일이었다. 약소국이기에 들어 내놓고 거부하지 못하고 애드벌룬을 띄워서 ‘이 문제는 거론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이 부끄러운 일이다.

그로 인하여 미국의 전략무기를 사들이느라 막대한 돈이 들어가게 되었다. 국가 경제와 국민 복지를 위해 쓸 돈이 무기구입에 들어가야 하는 이 아픈 현실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터이지만, 그때가 언제쯤일지 모르겠다. 이제 미국무기를 많이 사게 되었으니, 자한당 사람들이 미국에 가서 전술핵 배치해달라는 헛소리는 안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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