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사는 길
전북이 사는 길
  • 신영배
  • 승인 2017.10.18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행인 칼럼
신 영 배 / 발행인

지난 추석 연휴 기간인 6일부터 9일까지 임실 치즈테마파크에서 ‘임실N치즈축제’가 열린 가운데 수십여 만 명의 관광객이 임실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판매를 계획했던 치즈 물량이 일찍 동이 났으며 무려 4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축제 종료 하루 전에 판매 치즈 물량이 이미 바닥이 나서 찾아가려던 관광객이 포기하거나 되돌아갈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임실뿐만이 아니라 전북에서는 다양한 지역축제가 치러진다. ‘치즈축제’ 외에도 김제 ‘지평선축제’를 비롯해 완주군 ‘와일드푸드축제’, 순창 장류축제, 부안 마실축제,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 무주 반딧불축제, 익산의 국화축제 등은 횟수를 거듭하면서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지역축제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또 경향각지에서 전북의 축제장을 찾아 은 관광객들이 또다시 전북을 방문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해 볼 필요성이 있다. 필자는 그 원인을 아이러니하게도 전북이 산업화 과정에서 중앙정부로부터 홀대를 받았기 때문으로 생각을 한다. 전북을 찾은 대다수 외지인들은 “전북지역을 관광하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그 옛날 고향에서 보던 모습들이 그대로 있으며, 대도시의 삭막한 인심과는 다른 푸근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라는 소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삭막하지 않은 시골의 풍경과 인심을, 나이든 사람들은 소싯적 고향의 느낌과 맛을 체감할 수 있기에 전북을 찾아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그동안 축제를 진행한 일선 자치단체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추억을 느끼는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그에 적합한 행사를 기획하고 입맛을 맞추어주는 데 주력하는 노력이 곁들여져 행사가 맛깔스럽게 치러지는 재미도 더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전원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은퇴세대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필자와 같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공직은 물론 일반 직장에서 정년을 마친 후 귀향이나 귀농귀촌의 꿈을 꾼다. 하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왜냐면 농어촌지역은 교통수단은 물론 병원 등의 각종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다 이 때문에 각종 편의시설 등이 넘치는 도시생활에 젖어있는 여성 배우자들의 반대에 부딪쳐 꿈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의 농어촌 지역은 매력 있는 주거공간이 되지 못한다. 원주민들의 무질서한 주차의식을 비롯해 각종 쓰레기 처리 및 편의시설 부족, 태부족한 보건시설 등은 은퇴세대의 귀향과 귀농귀촌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면 전북의 농어촌지역을 도시환경에 못지않은 환경으로 조성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주거환경 전문가들은 향후 20년 이내에 공업지역이나 인구밀집 도시는 부득이 살아야 할 사람들만 사는 삭막한 지역으로 변하여 전북지역처럼 산업화가 덜 된 지역이 주거지역으로 각광받는 때가 곧 올 것이라고 추측을 한다.

그때를 위해 우리 전북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지금 일선 시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별 특색화 사업이 아주 적절한 시책이라고 생각한다. 14개 시군이 도시보다 더 좋은 주거환경 등 나름의 특색을 살리는 방법으로 전북지역 어디를 가도 맑은 공기와 볼거리, 그리고 넉넉한 인심이 조화를 이뤄 외지인들을 전북에 정착할 수 있게 한다면 전북의 내일은 밝다. 실례로 고창지역은 전국에서 손꼽는 귀농귀촌 지역의 대명사다. 방장산과 선운산 등 천혜의 자연과 장어을 비롯한 각종 먹거리, 그리고 청보리와 국화축제 등 이른바 경관농업으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깨끗한 환경 또한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그렇다. 농촌이 살기 위해서는 경관농업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경관농업이란 농작물을 심어 자라는 광경이 주변 풍경과 어울려 만들어내는 경관이 관광객의 관심을 끌어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는 농업형태를 말한다.

언급한 고창의 청보리밭축제를 비롯한 봉평의 메밀꽃 축제, 창원의 국화축제, 제주의 유채꽃 단지 등이 대표적인 경관농업이다.

경관농업은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지역의 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으며 입장료 등 관광수입 증대와 주민 취업기회 확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에서는 2007년부터 하계작물에 ha당 170만원, 동계 작물에 100만원의 ‘경관보전직불제’를 통한 농업손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농업기반의 전북 산업 형태에서 기역별 특색을 살리는 색다른 경관농업을 개발하고 순박한 농촌의 인심과 전통을 가미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줄어드는 인구를 늘리고 자치단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막는 첩경이 아닌가 한다. 귀농 귀촌이나 농촌살이를 아무리 권해도 지금의 농촌 여건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상하수도, 화장실, 도로환경 등이 열악한 농촌은 도시인들뿐만 아니라 시골사람들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생활환경이다.

주민등록을 옮기고 공부상 숫자를 늘리려는 인구정책은 의미가 없다. 각박한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의 낭만을 찾아오려면 적어도 기본적인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살맛나는 환경이 되면 출산도 늘고 이주하는 사람도 늘게 된다. 이제 환경을 크게 해치는 공장유치 따위에 미련을 버리고 ‘클린전북’의 길로 들어서서 도시인들이 찾아와 살고 싶은 전북을 만들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