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의붓딸을 흉기로 위협해 성추행한 4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아서다.
광주고법 전주 제1형사부(황진구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1일 0시 30분께 익산시 자신의 집에서 의붓딸인 B양(15)을 흉기로 위협해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는 무릎을 꿇은 채 빌고 있는 B양에게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성장이 빠르냐. 많이 큰 거 같다. 내가 만져보겠다”며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B양은 A씨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하의가 벗겨진 상태에서 가까스로 집 밖으로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끔찍한 일을 당했음에도 B양은 재판 과정에서 2차례에 걸쳐 A씨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다.
그 이유는 바로 어머니 때문이었다. B양의 어머니는 A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B양에게 탄원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 A씨의 선처만을 탄원하면서 임의로 B양 명의의 합의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탁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어머니밖에 없고 미성년 피해자로서는 어머니의 강력한 뜻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 변호사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어머니의 뜻에 따라 탄원서를 작성하게 됐을 뿐 피고인에 대한 용서의 마음으로 이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어머니의 이 같은 태도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는 자유롭고 진정한 의사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양형인자 중 감경요소로서의 '처벌불원'으로 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녀를 양육해야 할 위치에서 나이 어린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한 뒤 추행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은 점을 고려했다”며 감형이유를 밝혔다. /길장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