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팔이' 정치꾼을 경계한다
'안보 팔이' 정치꾼을 경계한다
  • 김규원
  • 승인 2017.10.15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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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들이 속속 한반도로 집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폭격기 편대가 북방한계선을 넘어 비행하면서 북한의 대응을 살펴본 후, 지난 10일에 다시 북방한계선을 넘은 공역을 비행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 안보상황실에서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퍼드 합참의장으로부터 대북 군사옵션을 보고받으며 논의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최신형 핵잠수함과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입항했다. 그리고 한국군과 대규모 합동훈련을 전개할 계획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극도로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점을 잘 알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훈련을 벌리는 것은 마치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훈련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이 위협한대로 미사일이라도 발사한다면 그대로 북한의 중요시설과 지휘부를 초토화할 명분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기습공격이라 해도 현재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장사정포 수천 문이 ‘너 죽고 나 죽기’로 남한에 보복성 공격을 감행하게 될 것이므로 한국군도 북한을 공격하게 되는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런 전쟁은 아무리 무모한 트럼프라 해도 쉽게 결행할 수는 없다.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이 북한과 유엔군 사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유엔군과 논의가 있어야하고 미국이 보유한 전략자산이 총동원되어야 단번에 북한에 수천발의 미사일을 쏟아 부을 수 있다.

IS 나 아프칸 사태와는 질적으로 다른 북한의 군사력이다. 더구나 이미 수소탄 개발이 완성되었다고 떠드는 북한이 핵무기라도 발사하는 날에는 지구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죽는 것은 한반도이지 미국이 아니다.’라는 막말을 할 만큼 미국만 피해를 입지 않으면 관계없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북한이 ICBM을 계속 실험하고 수소탄을 완성했다고 떠드는 바람에 차제에 적극적인 압박으로 비핵화를 유도하거나, 군사작전으로 핵시설과 지휘부를 무력화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듯하다.

국민들은 전쟁이 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쟁을 대비하여 비상식량과 물을 확보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쟁에 이르는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서 지적한 대로 북한을 일시에 타격하려면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이 총동원되어야하고 유엔과 주요국과 상의가 되지 않으면 자칫 3차 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는 일이다. 또 한국에 있는 자국민들을 먼저 소개해야 하고 전쟁 물자를 비축해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일이 간단하지 않다. 더불어 주변국인 중국이나 러시아도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연일 한가하게 문화행사에 얼굴을 내밀거나 비 군사 행동으로 미국의 위협 따위는 아예 무시하는 듯 한 행동을 보이며 물밑으로 암중모색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뭔가 확실하게 미국이 놀랄만한 능력을 과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너구리 작전으로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는 그저 죽은 척, 모르는 척하며 강한 군사력이 물러가기를 기다린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하던 짓을 보아서는 그냥 아무 일 없었던 듯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안타까운 일은 우리 한국이 할 수 있는 대응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연일 우리 항구에 정박하고 B-1B 랜서 폭격기가 휴전선 이북지역의 상공을 바짝 접근하여 비행하는 전략자산의 전개를 정부가 요청했다고 하는데, 그게 요청이었는지 미국의 일방적 결정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하는 약소국가의 국민은 고구마 먹고 체한 가슴처럼 답답하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마치 호기를 만난 듯 설쳐대는 부류가 있다. 냉전시대에 배치되어있던 전략핵무기를 다시 한국에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사람들 이야기다. 그들은 전략핵무기를 당장 들여올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요청하는 특사를 보내기도 했는데, 미국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전략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천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들은 ‘전략핵무기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 5천만 국민은 김정은의 노예로 살게 된다.’고 턱없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면 전략핵무기가 한국에 있으면 무슨 도움이 될까? 우리가 그걸로 북한을 때려줄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핵무기는 미국 대통령만 발사를 명령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핵무기가 우리나라에 있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더구나 핵무기를 사용하면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므로 일본에 투하된 이후 사용되지 않았다. 우리는 되레 핵무기 관리에 필요한 비용만 물게 될 뿐이다.

그런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연일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당의 지지율을 높여보려는 속셈이야말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사드를 들여오면 북한이 꼼짝 못하는 것인 양 사드가 필요하다더니, 지금 사드를 배치해서 안보에 무슨 도움이 되고 있는가? 북에서 우리 한국에 날아오는 미사일을 잡는 데 사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중국의 반발만 불러 경제적 손실만 보고 있다. 안보를 팔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정파의 이익을 챙기려는 행위야 말로 경계해야할 내부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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