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정서 외면하지 말라
도민정서 외면하지 말라
  • 전주일보
  • 승인 2017.09.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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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맹주의 자리를 다툰다는 보도가 나왔다. 솔직히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다툼이라는 표현이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당의 지지율을 보면 그야말로 황새와 뱁새다. 전국 상황을 보면 지지율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국민의당은 족탈불급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난 총선에서 엄청난 호남의 지지를 얻어 재미로 이름을 올려둔 비례대표 후보가 ‘자다가 떡을 얻어먹듯’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얻은 국민의당이다. 정당지지표가 엄청나게 나와서 민주당과 같은 13명의 비례대표 당선자가 나왔다. 선거구 투표는 다른 정당에 하고서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에 한 사람이 많았다.

특히 호남에서는 몰표라고 할 만큼 많은 표를 주었다. 호남인들이 왜 국민의당을 지지했던가? 본지의 칼럼과 사설에서 수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호남인들의 높은 정치안목은 새누리와 민주 양 당이 정치판을 흐리고 있는 현실을 보았고, 지역에서 어쩔 수 없이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관행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밀어주어 제3당이 되었으면 표를 준 지역민들의 뜻을 살펴야 하는데, 국민의당은 개원하자마자 캐스팅 보트를 쥔 존재감에 취해버렸다. 표를 주고 주인들의 말을 짤 듣나 살펴보고 있는 주인의 시선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을 것인데, 그 시선을 깡그리 무시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다가올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책략에만 집중했다.

대선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확실한 지지층을 더욱 공고히 하고 확산시켜 대세를 장악해야 한다. 내 집안 단속이 먼저이어야 하는데 남의 집 것을 뺏어보겠다고 한눈을 팔았다. 총선에서 받았던 그 표는 아예 제 것이라고 생각했던지 무시하고 중도 우파의 표를 얻어 보겠다고 갑작스럽게 우향우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거기서부터 당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참혹한 대선 패배 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국민의당은 다시 안 대표가 당을 이끄는 한 지지율은 오르기 어렵다. 연일 돌아다니며 지역마다 홀대론을 들먹이고,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는 태도는 아직도 대통령 선거 도중인 듯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에 바른정당과 국민통합포럼을 함께하며 당 통합이야기가 솔솔 풍기고 있다. 이언주 의원의 말대로 안 대표계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배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이라는 카드는 13%의 호남지지율 반등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호남인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어떤 방안도 국민의당을 살리지 못한다.

새 정치란 좌고우면의 정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본디의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서 술수와 재래식 사고를 모두 털어버리고 정말 새로운 마음으로, 국민의 위해 내 한 몸을 불사르는 그런 정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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