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과 혼돈의 시대의 생존전략; 기본으로 돌아가자
혼란과 혼돈의 시대의 생존전략; 기본으로 돌아가자
  • 이용원
  • 승인 2017.09.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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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지난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아시아 대표로 출전하는 4개 국가가 최종 결정됐다. 그 동안 2년여에 걸친 치열한 예선경기 끝에 우리나라가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게 돼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축구 최고의 잔치에 우리나라가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 월드컵 진출 확정을 통해서 우리나라는 9회 연속 진출하게 됐는데, 이는 세계에서 여섯 나라 밖에 해내지 못한 것이라 하니 괜스레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겸연쩍어지기도 했다. 월드컵 진출을 확정하면서 우리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축구팬들의 불안과 불만을 반영하듯 요즘 히딩크 감독을 다시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으로 초빙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축구협회와 축구팬들 간의 갈등 아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열성적인 축구팬이라고 자부하는 필자도 사실 우리 대표팀이 이번 예선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에 크게 실망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축구의 진정한 재건을 위해서는 우리 대표팀이 예선 탈락해서 초심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들었다.

우리 대표팀의 최종예선전 두 경기를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경기력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의 뒤를 이어서 토종 감독인 신태용 감독이 부임했고 부임 후 치른 첫 경기인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변변한 슈팅 한 번 못하고 허무하게 비긴 것을 두고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역시 외국인 명장 감독을 데려와야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 좋아진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 대표팀 축구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할 때 지금은 누가 감독으로 부임해도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전설의 축구감독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전 감독이 온들, 현 감독인 무리뉴가 온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축구 경기는 결국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인데, 선수들이 선배에게 잘못된 축구를 배운 것이어서 감독과 코치의 지도로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 동안 대선배들로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엉터리 축구, 경기에 이기기 위한 ‘꼼수 축구’만 배운 것이 지금과 같은 한국 축구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축구는 럭비와 더불어 가장 넓은 구장에서 가장 많은 선수들이 경기하는 종목이다. 감독과 코치가 아무리 하나하나 지시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선수 개개인이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살펴가면서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플레이하는 것이 축구 실력의 기본인 것이다. 흔히 하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필자는 한국 축구를 망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투지’를 강조하는 우리 축구의 오랜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스스로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패스를 주고받아 상대 진영까지 나아가는 능력을 습득하는 데 시간을 쏟는 게 아니라 투지만을 강조하면서 정해진 자신의 위치를 고집하고 경직된 플레이를 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축구문화로 굳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플레이를 잠시만 지켜보면 상대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을 솜씨 좋게 다루는 방법을 금방 터득하게 되니 우리로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그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축구경기에서도 선수 개개인의 철저한 기본기에 바탕을 둔 플레이가 뒷받침하지 않고 단순히 감독과 코치를 바꾼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할리 없다.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세상만사가 다 마찬가지이다.

 요즘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속도와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극도의 혼란과 혼돈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그 어느 때 위기가 아닌 경우가 없었지만 이번의 위기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시장이,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측의 터무니없는 보복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분간 중국시장 진출 확대에 대한 희망은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온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엄청난 타격과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나라 제2의 수출시장인 미국시장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주장과 재개정 요구 등으로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의 주시해야 하는 때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진출의 어려움은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조치 외에도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와 관련돼서 겪는 것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수출과 투자에 기초한 성장에서 소비와 서비스에 기반 한 성장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부품과 소재를 주로 수출하던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중국 제조 기업들의 기술력도 좋아지면서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던가 아니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기본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축구에서 단순히 외국인 명장 감독과 코치로 지도부를 바꾼다고 해서 단기간에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는 없는 것처럼 경제와 무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기업들이 기본으로 돌아가서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서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혼란과 혼돈의 시기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다양한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이 중요하고 꼭 필요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기업들 스스로 무실역행하는 것이 혼란과 혼돈의 시대의 가장 확실한 생존전략이 아닐까?!...../ 김영준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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