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도로법 개정안 재고돼야
유료도로법 개정안 재고돼야
  • 이용원
  • 승인 2017.09.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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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의된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두고 민자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개정안이 민간투자사업의 기본 틀인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이번 유료도로법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통행료 인상률 제한이다. 민자도로 통행료 인상 폭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로 못박았다. 둘째 실시협약 변경 허용이다. 실시협약에서 추정한 교통량의 70%에 못 미치면 실시협약 변경요구를 할 수 있고 민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따라야 한다. 셋째 민자도로감독원 설립이다. 이 기관은 민자도로의 유지ㆍ관리 및 운영을 맡는다. 실제론 통행료 인상 제한과 실시협약 변경 등 감독업무가 주 역할이다.

이에 민자업계는 침체의 늪에 빠진 민자시장에 대한 '확인사살용 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자사업에서 실시협약은 정부와 민간사업자 간에 이뤄지는 협상의 결과를 문서화해 정리한 것으로, 일종의 행정계약이다.

행정계약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구속력,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있다.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사실상 소급해서 계약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1조원이 넘는 투자사업에서 계약 상대방이 언제든 계약조건을 바꿀 수 있다면 누가 투자에 나서겠느냐면서 민자사업의 씨를 말리려는 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개정안이 실시협약 변경 사유로 내 건 '3년간 교통량 70% 미달' 조항도 비판받고 있다. 민간도로의 교통량이 70%에 미달하면 그 이유를 소명하거나 해소 대책을 세우고, 이것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 정부가 실시협약을 바꾸도록 한 것이다.

이는 곧 교통량을 좌우하는 요금 결정권과 도로 계획, 대체 노선 등의 모든 권한을 정부가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통행료 인상률 제한 역시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한다. 통행료는 주무관청과 민간사업자가 건설비 등을 고려해 정하고 사회ㆍ제도적 여건 변화에 따라 협의를 통해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개정안은 법에 금액상한을 정하고 있다.

민자사업의 적확한 이름은 민관협력사업이다. 민간 자본이 재정보다 더 많이 투입된 것일 뿐 100% 민간자본으로 건설하는 방식이 아니다. 도로 하나를 건설하는데 100원이 든다고 가정하면 재정도로는 100원을 모두 세금으로 메워야 하지만 민자도로는 40원만 투입하면 된다. 민간의 자본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사회기반시설을 조기 완공해 국민 생활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자사업 파트너로서 대한민국 정부는 시장에서 가장 불확실하고 신뢰받지 못하는 계약상대방이 될 수 있다.

국회의 합리적인 처리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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