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범죄 무엇이 문제일까?
청소년범죄 무엇이 문제일까?
  • 김규원
  • 승인 2017.09.10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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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지난 1일 부산에서 여중학생 2명이 14살 여학생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한 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어린 학생들이 한 짓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폭력성이 짙은 행동을 보였고, 가해자들이 반성하는 기미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소년법의 적용을 받아 처벌이 약하다는 것까지 알고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는 소년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자 수가 오후 2시30분 현재 26만2,40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청원자들의 생각은 소년들이 영악하게 소년법을 악용하여 끔찍한 죄를 저지르며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지난번 인천의 어린이 유괴살인 및 시체 훼손 사건에서 17세의 주범이 18세의 교사 공범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사실도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게 된 동인이 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한 한 네티즌은 “10대 범죄가 조폭 수준을 넘었다. 인간이 아닌 짐승에게 인간의 법은 필요 없다.”라고 청원 이유를 적기도 했다. 부산 여학생 폭행사건에 대하여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8일 시민위원 등 11명이 심의를 거쳐 가해자 1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하여 영장을 청구했다. 심의위원들은 “구속을 최소화하는 게 소년법의 정신이지만, 이번 일은 사회공동체가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크게 벗어난 중대범죄라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영장 청구 사유를 밝혔다.

소년법은 인격형성이 덜 된 소년기에 자칫 범죄에 빠져드는 청소년을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철이 없어 저지른 범죄나 실수에서 비롯된 범죄로 씻을 수 없는 범죄자의 기록을 남기면 영원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범죄인생의 길을 걸을 수 있으므로 교화를 통해 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10세 이하와 10세 이상 14세 미만, 14세 이상 18세 미만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각각 다르다. 부산 여학생 사건의 가해자들도 14세 이하 범죄에 대하여는 그 처벌이 경미하고 보호관찰 등의 처분에 그친다는 점을 알고 폭행을 계속했다는 데에서 소년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이 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소년법을 폐지하여 중벌하는 방법으로 소년범죄가 줄어들거나 없어질까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게 되면 철모르는 아이들이 실수처럼 저지른 잘못도 모두 중벌에 처하게 되어 범죄자만 양산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짐작은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그렇다고 눈에 띄게 소년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어렵다. 왜냐면 아이들의 범죄는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인격이나 사회정의에 대한 판단 미숙이 주된 원인이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순간적인 기분이 앞서는 시기여서 나중일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무엇보다 가정교육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요즘의 부모는 아이들의 유아기 행동에 대하여 무슨 짓을 하든 예쁘다는 감정을 앞세워 적절한 제재조차 하지 않는다. 음식점이나 공공장소에서 마구 떠들고 뛰어다니며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어도 그저 예쁘다고만 보고 나무라거나 주의를 환기시키는 일이 거의 없다. 뭐든 하자는 대로 해주는 부모의 교육은 장래 아이가 자라서 제 맘대로 되지 않으면 크게 좌절하거나 심적 갈등을 폭발시키는 심리적 장애아로 성장하게 할 수 있다.

무슨 짓이든 제가 하는 일이 옳은 것이라고 배워 온 아이는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를 하지 못한다. 뜻대로 안되면 우선 감정을 앞세워 폭력을 행사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일쑤다. 소년범죄의 가해자들이나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잘 사는 집 아이들이거나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뭘 하든 내버려두면서 크면 다 적응하니까 어렸을 적에라도 제 맘대로 하도록 방임한다는 교육이 아이들을 망친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 비정상의 교육 아래서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돈을 벌어 기업을 운영하게 돼도 갑질을 일삼는 악덕 경영자가 되거나 불법과 결탁하는 일도 서슴지 않게 된다. 법이나 도덕 따위는 가난한 자들이나 지키는 것으로 아는 부유층의 자녀들이 얼마 전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상습적으로 저질러 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처벌받지 않는 법적 뒷받침이 바로 소년법이었으니, 지금 소년법 폐지 청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관대하다는 미국도 죄질이 나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엄중하게 처벌한다. 2012년에는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이 가해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일이 일어났는데, 법원이 정당방위의 개념으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소년법은 졸속개정보다는 전문가들과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심각하게 반영하여 효과적인 처벌 방법을 마련하여 청소년의 범죄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관련된 정보와 그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사회운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뜩이나 적게 낳는 아이들이 부실한 유아기 교육으로 인하여 제멋대로 인격이 형성되지 않도록 국가가 간섭이라도 해야 한다. 남을 배려하고 정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져야 그 사회가 건강하고 나라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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