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마무리를 잘해야 ….
끝마무리를 잘해야 ….
  • 김규원
  • 승인 2017.08.11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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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사람의 평가는 대개 사후에 이루어진다. 어떤 사람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사람’ ‘더 살았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등의 안타까운 마음들이 전해오게 되는 경우에는 살아생전에 좋은 일을 하였거나 남에게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럴 줄 알았지’ ‘염라대왕이 눈이 밝구먼’ 등으로 죽음을 되레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은 퍽 잘못 산 사람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처음 시작할 때는 몸 바쳐 일하는 듯 열심이고, 하는 일마다 칭찬을 받지만, 임기가 끝날 즈음에 꼭 사건이 터져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단체장들의 갖가지 불법과 비리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많았고 그로 인하여 임기를 마치지 못한 단체장이 수없이 많았다. 지방자치의 해독이라는 주장이 나올 만큼 단체장들의 재량이 컸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이다. 4년 임기동안 드러나는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도 매년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특히 말썽이 생긴 자치단체장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일이 생기면 그 자치단체는 재판에만 집중하면서 실질행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엄청난 금액의 변호사 비용이 어디서 나오는지 거물 변호사가 몇 명씩 동원되었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면서 재판기일을 끌어 최대한의 시간을 벌었다.

빚만 가득하던 사람이 군수가 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어디서 돈이 나왔는지 거물변호사가 여러 명 변론을 하면서 3년간 재판만 하다가 결국 형을 선고받아 직을 잃은 일도 있다. 거의 임기 내내 재판만 했다. 그 후에 공직자의 재판을 오래 끌 수 없도록 제도가 바뀌었어도 지금도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단체장들의 버티기 전술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도내에서는 김제 이건식 시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받고 시장 직을 내놓아야할 상황인데, 대법원에 상고하여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유로 아직도 직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 시장의 대법원 상고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당초 보석신청을 할 때 적용된 죄를 일부 인정하였기 때문에 보석이 허가되었는데, 이제 와서 대법원에 법리적용을 묻는 상고를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다.

이 시장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김제시 축산농가에 가축면역증강제를 무료 공급하는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단가가 비싼 정 씨의 가축보조사료 14억6천만 원어치를 구입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한 2013년 11월부터 2개월 동안 정씨로부터 토양개량제 1억4천만 원어치를 구입하게 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정 씨는 이 시장의 고향 후배로 시장 선거 때에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혐의로 조사 끝에 재판에 회부되었고 작년 12월에 징역1년 6월의 형이 선고되어 법정구속 되었다. 형을 선고 받고도 형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시장 직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항소했다. 그리고 2017년 2월에 보석신청을 했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석이 불허되었다. 그러자 1억원의 공탁금을 내고 부인 명의의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여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내용과 기소내용을 일부 인정하고서 재차 보석을 신청했다.

그리고 3월 9일 보석이 허가되었다. 보석으로 풀려나 다시 업무에 복귀한 이 시장은 항소심에서 형량이 다소 감해진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형 집행이 유예되었을 뿐, 징역 1년 6월의 형을 받은 이 시장은 시장 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왜냐면 보석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범죄 사실의 일부를 시인했고, 그로 인하여 징역 1년6월의 형을 선고 받았으므로 대법원에 상고를 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한 이유는 ‘법리 적용의 오해 여부’를 다투어 보겠다는 명분이다. 이미 죄를 시인하였으나 법의 적용이 잘못되었는지를 살펴달라는 상고는 사실상 그 실효를 거둘 희망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이미 죄를 시인했고 고등법원의 항소심에서 “피고가 항소심에서 죄를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의 사유를 들어 감형까지 받았던 사건의 원심을 파기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시간벌기’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상고를 하지 않으면 바로 직을 내놓아야 하므로 상고를 통해 형이 확정되기까지 직위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상당수 언론계나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제시 공무원노동조합과 김제시 김복남 의원은 지난 월 초에 대규모로 단행된 김제시 인사가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인사원칙도 없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법원의 확정판결을 앞둔 시장이 서둘러 파격적인 인사를 한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등의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아직도 우리 법은 허점이 너무 많고, 법률 미꾸라지들은 그 빈 곳을 귀신같이 파고든다. 언제쯤 이 나라에 사법정의가 바로 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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